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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1급비밀…7급 승진한 '단발 공주' 영업부장 누구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팬덤이 만들어지면서 굿즈까지 잘 팔린다. 울산큰애기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 울산 중구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팬덤이 만들어지면서 굿즈까지 잘 팔린다. 울산큰애기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 울산 중구

통통한 볼에 단발머리, 빨간 원피스에 커다란 머리핀. 나이는 20대. 성별은 여성. 성격은 유쾌 발랄 그 자체. 직업은 울산 중구 공무원으로, 최근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요즘 말로 ‘공주공주’한 인테리어를 한 번듯한 집이 있고, 간식인 ‘쫀드기’를 무척 좋아한다. 팬 사인회까지 할 정도로 '팬덤'을 가진 지자체 캐릭터 ‘울산큰애기’ 이야기다.

5월 가정의 달, 나들이 철을 맞아 축제나 행사 같은 즐길 거리가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운데, '울산큰애기'가 불쑥불쑥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보여주기식'으로 만든 흔한 지자체 캐릭터가 아니라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쿠마몬처럼 제대로 입소문 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사진 울산 중구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사진 울산 중구

9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큰애기는 2017년 4월 만들었다. 가수 김상희씨가 1965년 발표한 노래 '울산큰애기'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수달·고양이·용 등 대다수 지자체 캐릭터가 동물이나 지역 특산물을 형상화한 것과는 달리 '사람'인 점이 색다르다. 큰애기 캐릭터 모습으로 분장해 다니는 울산큰애기는 한명 뿐이다. 다른 지자체처럼 인형탈을 여러 개 만들어 쓰는 방식이 아니다. 누가 큰애기 분장을 하는지는 울산에서도 1급 비밀이다. 울산큰애기는 중구청 9급 명예 공무원으로 임용돼 2019년 3월 8급, 지난해 9월 7급으로 승진했다.

울산큰애기는 지난 4일에서 7일까지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다.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관광전에 현장에 울산 대표로 나타났다. 이 행사에는 일본 쿠마몬, 충남 청양군 '청양이' 등 캐릭터도 등장했다. 현장에선 울산큰애기를 알아본 많은 팬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울산큰애기와 함께 서울 무대에 선 일본 쿠마몬은 구마모토현 지자체 캐릭터다. 구마모토 '쿠마(곰)'와 사람을 의미하는 현지 사투리 '몬'을 합친 이름이다. 쿠마몬 등장 후 구마모토현은 일본 내 인지도 18위로 껑충 뛰었다. 쿠마몬이 나오기 전엔 전국 47개 중 32위로 하위권이었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쿠마몬처럼 울산큰애기는 울산 중구 '영업부장'이다. 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울산과 중구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흥이 나면 때론 신나는 아이돌 댄스를 추기도 한다.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사진 울산 중구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사진 울산 중구

울산큰애기는 이달 말 전국 규모 축제인 태화강 국가정원 '재즈음악제'에 모습을 나타낼 예정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울산큰애기 야시장'도 곧 재개장한다.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팬덤이 만들어지면서 굿즈까지 잘 팔린다. 울산큰애기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 울산 중구

지자체 캐릭터인 울산큰애기. 팬덤이 만들어지면서 굿즈까지 잘 팔린다. 울산큰애기하우스 내부 모습, 사진 울산 중구

울산큰애기는 지자체 캐릭터로 세상에 나왔지만, 실제 사는 집도 있다. 울산 중구 성남동에 있는 지상 3층 규모의 '울산큰애기하우스'다. 2층 큰애기 방은 침대·옷장·화장대 등 분홍빛으로 잔뜩 꾸며져 있다. 1층에선 울산큰애기 굿즈를 판다. 인형과 머그잔·우산 등 100여종이 있다. 울산큰애기하우스에서 만난 한 관리 직원은 "울산큰애기는 자신의 팬을 '쫀드기'로 부르는데, 큰애기 굿즈를 사서 모으는 전국 쫀드기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굿즈 판매가 원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관광전. 울산큰애기가 일본 쿠마몬 등과 무대에 올랐다. 사진 울산 중구 문화관광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관광전. 울산큰애기가 일본 쿠마몬 등과 무대에 올랐다. 사진 울산 중구 문화관광과

울산큰애기는 한국콘텐트진흥원이 주관한 대한민국 지역·공공 캐릭터 대회에서 2019년 대상을 받았고, 지난 7일 서울국제관광전에서 우수캐릭터 상을 수상해 경쟁력을 뽐냈다. 울산 중구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서 지자체 캐릭터 활용방안을 물어볼 정도로 울산큰애기가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세계적 명성이 있는 일본 쿠마몬을 넘어설 국내 대표 지자체 캐릭터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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