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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마블 구한 우주 별종들 '가오갤3'…그뒤엔 '별종'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개봉한 마블 신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가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빨리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에 올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3일 개봉한 마블 신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가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빨리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에 올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죽어가는 마블을 다시 살려냈다.”(메가박스 실관람평)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신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이하 ‘가오갤3’)가 이같은 호평을 모으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지난 3일 개봉한 ‘가오갤3’는 개봉 나흘째인 6일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 7일까지 누적 163만명을 모았다.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52개국에서도 순차적으로 개봉하며 첫 주말 동안에만 2억8210만 달러(약 3700억원)의 티켓 수익을 올렸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마블 영화들이 부진을 거듭 중인 가운데 ‘가오갤’ 시리즈만은 3연타 흥행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관심도 뜨겁다.

오합지졸 ‘별종들’ 여정 마지막 주인공은 까칠한 너구리 

2014·2017년 개봉한 전편들을 거쳐 10여년 만에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3편은 난폭한 너구리 캐릭터 로켓(브래들리 쿠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로켓이 공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시작되는 영화는 그를 구하기 위해 우주를 누비는 팀 가디언즈의 여정과, 병상에 누워있는 그의 머릿속 과거 회상 장면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구성을 통해 가디언즈 멤버들과 관객 모두 로켓이 어떻게 직립 보행하는 똑똑한 너구리가 된 건지, 어째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토록 까칠했던 것인지, 그 슬픈 사연을 깨닫게 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는 까칠한 너구리 캐릭터 로켓(브래들리 쿠퍼)의 과거 서사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내세워 가디언즈 멤버들이 각자의 아픈 과거를 수용하는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는 까칠한 너구리 캐릭터 로켓(브래들리 쿠퍼)의 과거 서사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내세워 가디언즈 멤버들이 각자의 아픈 과거를 수용하는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이렇게 로켓의 서사를 중심축으로 세운 건, 가디언즈 캐릭터들 모두 로켓 못지않은 상처와 결핍을 지닌 존재들이란 점에서 시리즈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진다. 지구인과 외계인 사이 혼혈로 태어난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부터 아내와 딸을 잃은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일평생 타인의 시종으로 살아온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등 가디언즈의 멤버들은 저마다 외롭게 우주를 떠돌던 ‘별종’이었다.

그런 이들이 함께 모여 우주를 구하고, 겉으론 서로를 비웃고 놀리면서도 속으론 진심으로 포용해준다는 점이 ‘가오갤’ 시리즈의 감동 포인트였다. 3편에서는 아픈 과거를 직면하는 로켓을 중심으로 다른 캐릭터들도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되면서 이런 장점이 극대화됐다. 이들이 맞서는 3편의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는 모든 생명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상태로 개조하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디언즈와 대조를 이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의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는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동물 실험 등을 일삼는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의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는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동물 실험 등을 일삼는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연출력 재차 입증한 제임스 건, “아웃사이더 로켓에 공감”

시리즈 전편을 연출하고 각본까지 쓴 제임스 건 감독은 3편으로 다시금 연출력과 이야기를 빚는 재능을 인정받게 됐다. 마블·DC 영화 애호가라면 이제 그의 이름을 모를 수 없지만, ‘가오갤’ 시리즈 연출을 맡기 전만 해도 건 감독은 B급 호러영화를 주로 만들던 마이너 감독이었다.

영화계 커리어도 셰익스피어의 낭만적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엽기적인 코믹 호러로 비튼 ‘트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각본을 집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때 그가 몸담았던 영화사는 저예산 컬트영화 제작으로 유명한 트로마 엔터테인먼트로, “그 당시 제임스 건의 인디·펑크 스타일은 그가 트로마를 떠난 이후 만든 모든 작품들에 녹아있다”(영화 전문 매체 콜라이더)는 평가를 받는다.

제임스 건 감독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레드카펫 행사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제임스 건 감독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레드카펫 행사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런 평가대로 제임스 건이 트로마를 떠나 내놓은 연출작 ‘슬리더’(2006), ‘슈퍼’(2010)에도 19금 수위를 넘나드는 잔혹성과 B급 유머 속에 휴머니즘을 숨겨두는 그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다. 이들 작품을 눈여겨본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사장이 그에게 ‘가오갤’ 1편 연출을 맡겼고, 도박 같았던 이 선택이 성공을 거두면서 제임스 건은 단숨에 마이너에서 메이저 감독으로 올라섰다. 이후 DC스튜디오의 부름까지 받은 그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피스메이커’(2022)에서도 폭력적이고 저열한 설정 속에 캐릭터들의 인간미가 돋보이는 특유의 연출 세계를 선보였다.

불완전하지만, 보다 보면 정감 가는 캐릭터를 구축해내는 건 감독의 실력은 한때 ‘별종’이었던 자신의 과거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가오갤3’의 주인공이 가디언즈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로켓이 된 것도 어쩌면 필연이었을 것이다. 건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자리에서 “나는 아웃사이더 중에 아웃사이더인 로켓에게 언제나 깊이 공감했다. 내가 ‘가오갤’ 연출에 처음 끌렸던 것도 로켓의 이야기 때문이었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로켓의 슬픔과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가오갤3’는 흥행 가도에 올랐지만, 이 성공이 MCU 전체의 부흥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오갤’은 애초 MCU에서 주변부 이야기인데다, 감독의 개성이 유독 많이 묻어나는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임스 건은 지난해 마블의 경쟁사인 DC스튜디오 공동 대표로 임명돼 2025년 개봉 예정인 ‘슈퍼맨: 레거시’ 감독을 맡은 상황이다. 그는 내한 간담회에서 이제 완전한 경쟁사가 된 마블을 향해 “앞으로는 액션과 스펙터클뿐 아니라 캐릭터에 좀 더 공을 들이고, 감성을 더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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