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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미국 경제 놀라운 시기 끝나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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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워런 버핏

워런 버핏

오마하의 현인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92·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주총에서 “미국 경제의 믿을 수 없는 시간(Incredible period)이 끝나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버핏은 우울한 전망의 배경으로 “6개월 전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수준에서 수요가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수요가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그동안 늘어난 수요에 맞춰 생산이 이뤄지며 과잉재고가 쌓였다는 것이다.

버핏의 투자도 신중해지고 있다. 버크셔는 올해 1분기 동안 133억 달러(17조6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지만, 신규 주식 매수는 29억 달러에 그쳐 104억 달러(13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다만 고금리가 버핏에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06억 달러로 2021년 말 이후 최대치다. 버크셔는 이런 현금 대부분을 단기 국채와 은행 예금에 투자하고 있는데 금리가 뛸수록 이자 수익도 늘어날 수 있다.

버핏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등 미국은행이 잇따라 파산한 것에 대해 “앞으로 혼란이 더 일어날 수 있다”며 “은행업에 대한 투자에 훨씬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버핏은 애플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애플은) 우리가 소유한 어떤 기업보다 나은 기업”이라며 “두 번째 차량과 아이폰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소비자들이 두 번째 차를 포기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제품”이라며 애플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버핏은 “AI가 세상 모든 것을 바꾸는 날은 오겠지만,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버핏은 최근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을 이유로 투자 대상 국가도 바꾸고 있다. 예컨대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수 3개월 만에 대량 매도했지만,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버핏은 “대만 반도체는 세계에서 가장 잘 관리되고 가장 중요한 회사”라면서도 “저는 그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버핏은 이날 현명한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해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써본 뒤 기사처럼 맞춰 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투자로 걱정하는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며 주택담보대출 외의 부채는 피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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