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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올 평균 수익률 7.6%, ETF의 절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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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호 15면

AI 주식 투자 실력

인공지능(AI)과 인간이 주식 대결을 벌이면, 어느 쪽이 이길까. 2021년 한 방송은 주식 AI와 투자 고수가 각자 1억원의 투자금을 갖고 한 달간 실전 투자하는 수익률 대결을 선보였다. 인간 대표로는 단타 고수가 나섰고, AI는 1억원을 50개 종목으로 200만원씩 분산 투자하는 알고리즘으로 맞섰다. 결과는 40.15% 대 -0.01%. 인간의 승리였다. 물론 이는 예능프로그램의 한 사례일 뿐, AI 투자 실력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챗GPT의 등장으로 AI 서비스의 고도화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현재 AI의 투자 실력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알고리즘 심사기관인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센터(이하 코스콤)와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AI 투자의 운용 성과를 살펴봤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를 대신해 AI가 자동으로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연초 대비 모두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수익률 1위는 ‘TIGER AI코리아 그로스액티브(ETF)’로, 연초 대비 11.78% 상승했다. 이어 ‘KB 올에셋AI솔루션C-F’(9.8%), ‘대신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성과보수C-e’(8.54%) 등의 수익률이 우수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러나 연초 이후 상승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평균 수익률은 주요 지수의 상승률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 및 ETF가 각각 평균 16.36%와 16.34%의 수익률을 내는 동안,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평균 7.6%에 그쳤다. 이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9.25%, 해외주식형 ETF는 14.56%를 기록했다. 분산 투자로 안정적 성과를 지향하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상승장에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하락장에선 상대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강점도 나타냈다. 실제 최근 3년 수익률을 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평균 -7.88%로, 코로나 이후 변동장에서 -14.72%를 기록한 국내주식형 ETF에 비해 선방한 결과를 보여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빅데이터 분석 등에 기반한 컴퓨터프로그래밍을 통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온라인 자산 관리서비스를 이른다. AI가 알고리즘에 따라 주식,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배분해 투자하는 상품이 많다. 코스콤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 1조8498억원에 달했다. 2017년 8월 말 115억9000만원 규모에서 6년이 채 안돼 160배 가량 급성장했다. 그러나 마냥 꽃길은 아니다.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 2022년 2월 1조870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한때 역주행하는 등 1년여 동안 주춤한 상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 바람을 타고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일부 이탈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상품별 수익률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현재 핀테크 등 자문일임사는 물론 자산운용사, 증권사, 은행 등에서 AI 활용 알고리즘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코스콤에는 281개의 R*그룹(심사 완료로 상용화가 가능한 알고리즘) 포트폴리오가 공시된 상태다. 이중 라이언자산운용의 ‘메타로고스 IPO with 매크’의 최근 1년 수익률이 30.81%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나타냈다. 최근 3개월 수익률도 15%가 넘는다. 반면 1년 수익률이 가장 낮은 알고리즘은 -19%의 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AI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수록 금융소비자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오인할 수 있어 현황 분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서비스 형태는 무료 추천서비스를 제외하면, 크게 투자자문형과 투자일임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 AI가 알아서 투자 대상을 결정하고 돈을 직접 굴려주는 일임형은 지난 3월말 기준 계약자수가 13만명이 넘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 중이다. 자문만 해주고 최종 투자 결정은 투자자가 직접 하는 자문형 계약자는 843명에 그친다. AI가 알아서 척척 주식을 골라주고 관리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 간에 성과의 격차가 크고, 투자대상의 선별 및 리밸런싱을 모두 잘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현황 및 성과분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열 효자 안부러운 똘똘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떻게 고를까. 현황 및 수익률은 코스콤 홈페이지와 각 금융사의 공시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때 수익률 체크는 기본, 각종 위험지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에 있어 ‘고수익=고위험’으로 통한다. 양훈석 코스콤 RA테스트베드 팀장은 “우수한 로보어드바이저를 고르려면, 수익률과 함께 공시된 샤프지수(위험조정 후 수익률)를 체크하라”고 말했다. 샤프지수는 상대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우수하다. 똑같은 위험상황에서 성과를 더 냈다는 의미다. 최대손실률도 주요 지표다. 현재 공시 281개 포트폴리오 중 최소 -0.49%, 최대 -68.42%까지 격차가 상당하다. 양 팀장은 “최대손실률이 적은 상품을 선택해야 투자시점 등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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