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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회동 또 거절한 박광온…전날 이재명 '양보' 언질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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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이재명 대표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만을 만나는 것을 두고 “괘념치 않겠다”고 양해했지만, 재차 고사한 것이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문자에서 “대통령께서 하루 속히 야당 대표와 먼저 만나 국가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순리이고,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민생회복과 정치복원을 위한 좋은 길을 선택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 만남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실로 공을 돌렸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하루빨리 정상화 되길 바라는 충정에서 하신 말씀으로 이해된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3일 박 원내대표의 취임 축하 인사차 국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날 의향이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당 대표를 먼저 만나는 것이 순서”라며 이를 거절했다. 이후 여러 차례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해왔던 이 대표가 4일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여러 사정으로 어렵다면 원내대표와 만나는 것도 괘념치 않겠다”라면서 박 원내대표의 입장이 주목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이 있은 뒤 당내 여러 의견을 청취하며 고심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이 대표는 4일 '괘념치 않겠다'는 발언에 앞서 ‘이런 취지로 말하겠다’고 언질을 줬다고 한다. 원내대표가 당대표보다 먼저 대통령을 만나는 것에 대해 당내 의견은 엇갈렸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원내대표부터 만나겠다는 것은 격이 안 맞다”고 말했다. 반면 원내대표라도 대통령과 만나 여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다.

박 원내대표로선 이 대표가 동의했다고 해도 당장 대통령과의 회담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 측은 “사법적 현실을 중시할 거냐 아니면 정치 복원이라는 국민의 기대를 중시할 거냐, 양자택일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 회동에 응할 경우 당내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비명계 박 원내대표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데 대통령 회동에 즉각 응하면 반발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교감 속에서 '이재명 결단-박광온 고사'의 모양새가 만들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장은 불발됐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가능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일 의원연맹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7일 한국을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제안한 여야 의원과의 회동 참석 여부를 고심 중이다. 한일 의원연맹 간사장인 윤호중 의원과 상임 간사인 김한정 의원 등이 초청 대상이다. 여당은 이미 참석 의사를 기시다 총리 측에 전달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일의원연맹 소속으로 초청받은 것이기에 굳이 불참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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