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가 반토막 난 팩웨스트…美 은행 위기, ‘제2 S&L 사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미국 정부가 '소방수;로 나섰지만 지역은행의 파산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FRB)에 이어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팩웨스트뱅코프를 비롯해 미국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4일(현지시간) 급락했다. 1980년대 지역 금융회사가 줄줄이 파산한 ‘제2의 저축대부조합(S&L)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팩웨스트 주가, 하룻새 50.6% 폭락 

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의 주가는 전날보다 50.6% 내린 3.17달러를 기록했다. 이 은행 주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전인 지난 3월8일 26.7달러를 기록했지만, 이후 두달째 내리막길을 걸었다. 애리조나주 소재 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와 트레이크시티의 자이언즈뱅코프도 각각 38.5%, 12.1% 폭락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날 연쇄적으로 일어난 미국 지역은행 주가 폭락은 테네시 지역은행 퍼스트호라이즌 은행의 인수가 불발된 게 불씨였다. 캐나다 2위 은행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이 지난해 2월부터 진행한 인수 절차를 철회하겠다고 밝히자 퍼스트호라이즌 주가가 33.2% 하락했다.

미국 지역은행 위기는 1년 이상 이어진 통화 긴축의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고금리 환경 속에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기업과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이탈한 고객이 늘면서 일부 지역은행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우려에 주가가 급락했다. 부동산 침체 속 지역은행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는다. 퍼스트리퍼블릭 공시에 따르면, 이 은행 예금은 올해 1분기에만 전체 예금의 절반 이상인 1000억 달러(133조원)가량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방은행 위기가 확산하면 제2의 S&L 사태와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고 분석한다. S&L은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한 미국의 지역 금융회사로 1980년대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줄줄이 파산했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저당채권 가격은 폭락한 반면, 조달금리인 예금금리는 급격히 오른 탓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행 팩웨스트뱅코프의 주가가 4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50.6% 폭락했다. 사진은 한 팩웨스트뱅코프 지점.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행 팩웨스트뱅코프의 주가가 4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50.6% 폭락했다. 사진은 한 팩웨스트뱅코프 지점. AP=연합뉴스.

“美 은행 위기, 韓 증시에 악재지만 확대 해석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 위기는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권 파산이 경기 부진을 증폭해 한국의 실물경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지역은행 위기를 지나치게 확대해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VB·FRB와 팩웨스트뱅코프는 모두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으로 오피스 등 공실률이 빠르게 상승한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했다”며 “금융 시스템 전반의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은행의 의사 결정 실패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