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갈수록 멀어지는 달, 처음엔 20배 커보였다…지구와 이별 밀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준호의 첨단의 끝을 찾아서]달의 과학-정민섭 천문연 박사 

한국 첫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에 탑재된 ‘광시야편광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지난달 24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본지와 만나 달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정 박사의 손에 든 게 광시야편광카메라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 첫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KPLO·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에 탑재된 ‘광시야편광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지난달 24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본지와 만나 달에 대한 얘기를 풀어놓았다. 정 박사의 손에 든 게 광시야편광카메라다. [프리랜서 김성태]

38만㎞ 밖, 달이 바빠졌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계획에 한국을 비롯, 세계 2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엔 여성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를 비롯해 4명이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우주 비행사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중국도 2030년을 목표로 유인 달 착륙은 물론, 달기지 건설까지 계획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8월 지구를 떠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달탐사선 다누리호가 현재 달 상공 100㎞ 궤도를 하루 12바퀴씩, 초속 1.6㎞의 속도로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본은 민간기업까지 독자적인 달 탐사에 나섰다. 인도는 오는 6월경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며, 러시아도 오는 8월 47년 만에 달 남극 지역에 탐사선 보낸다.
 지난 50년간 달은 ‘고요의 바다’였다. 1972년 12월, 20세기 인류의 마지막 달 탐사선 아폴로 17호의 우주인들이 타우루스-리트로우 계곡을 탐사한 이후 잊히는 듯했던 달이었다. 반세기 전, 달은 자유진영과 공산권을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의 자존심을 건 체제경쟁이었다.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린 이후 촉발된 미·소간 우주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로 인류는 50년이 되도록 달에 다시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이유가 사라졌다.
 달이 반세기 만에 다시 바빠진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주탐사에 다극화 체제가 형성됐고, 국가 간 자존심 경쟁을 넘어 비즈니스의 영역까지 진화한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달은 무엇이며, 인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난달 24일 대전 한국천문연구원을 찾아 국내 최초의 달 박사인 정민섭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을 만나 달에 대해 탐구했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나.
아르테미스 사업 안에 민간 달착륙선 탑재체 서비스(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 CLPS)라는 게 있다. 민간 우주탐사 기업들이 달에 탑재체를 보내주는 사업이다. 여기에 천문연이 포함돼 현재 4개의 탑재체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25년 발사가 확정된 우주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나머지 3개는 아직 탑재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후보 탑재체다. 자기장 측정기와 방사능 측정기, 달 표면을 현미경으로 촬영하는 카메라가 그것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상상도 [사진 NASA]

아르테미스 계획의 상상도 [사진 NASA]

우리 다누리 달 탐사선에도 천문연이 참여하고 있지 않나.
다누리에 실린 6개 탑재체 중 하나인 광시야 편광카메라가 천문연에서 만든 것이다. 편광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완벽한 달 표면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 임무다. 편광영상으로 추출된 달 표토 입자크기 분포지도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달 표면에 티타늄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도 파악한다. 티타늄은 우주자원 분포와 월면의 마그마 고체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누리가 달에서 뭘 하려는 건가.
다누리에는 광시야 편광카메라 외에도 우주인터넷 장비, 고해상도카메라, 자기장측정기, 감마선분광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음영카메라 등 총 6개의 탑재체가 실려 있다. 자기장 측정기는 달 주변의 자기장 세기를 측정한다. 감마선분광기는 달 표면의 지질자원 탐사가 목적이다. 달 표면을 이루는 물질의 원소지도와 달 우주방사선 환경지도 작성에 활용된다.
한국 최초의 무인 달탐사선 다누리호.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최초의 무인 달탐사선 다누리호.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에도 자기장이 있나.
달에는 지구처럼 액체로 된 내핵이 없기 때문에 자기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에 있는 자철석처럼 달 표면에도 자기장을 가진 철광석이 일부 남아있다. 이게 왜 있는 건지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가설 중에는 달도 예전엔 분명히 지구처럼 액체핵이 있어 자기장을 만들어 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또는 자성을 띤 소행성들이 달에 충돌하면서 자기장의 흔적을 남겼다는 설도 있다. 달을 이해하는 데 자기장 또한 중요한 요소다.
달에 대기가 없나. 중력이 있으면 대기도 있을 것 같은데.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달에도 대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에는 없는 나트륨과 칼륨 등이 달의 대기에 희미하게 있다. 하지만 지구 등 다른 천체의 대기에 비교하면 무시할 수 있을 수준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달은 대기가 없이 진공인 것으로 간주한다.   
달엔 대기가 없어 소행성 같은 게 마찰이나 폭발 없이 곧바로 떨어질 텐데, 그러면 달 기지가 위험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계획에 그려진 달기지는 대부분 충격을 잘 분산할 수 있는 돔 형태로 돼 있다. 그런 돔 여러 개가 지하로 연결돼 있어 한쪽이 위험에 처하면 다른 쪽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미국 등 주요국 우주환경감시기관들이 5m 이상 크기의 자연우주물체는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수도 있다. 앞으론 달에도 그런 별도의 감시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달의 뒷모습. [사진 NASA]

달의 뒷모습. [사진 NASA]

뜬금없는 질문 같지만, 지구의 달은 왜 하나인가. 화성도 위성이 2개인데.
지구와 달이 좀 독특하긴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모른다.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태양계 속 다른 행성들의 위성은 질량비가 수만분의 1인데, 지구와 달은 80분의1 수준이다.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굉장히 작기도 하지만 달처럼 동그랗지 않고 불규칙하게 생겼다. 이 둘은 원래 소행성이었는데 화성의 중력에 붙잡혀 위성이 됐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의 달은 그렇지 않다.
달은 어떻게 생겨났나.
역시 모른다. 다만 형제설과 딥임팩트(deep-impact)론 두 가지가 거론된다. 태양계 형성 초기에 지구가 만들어지고 주위에 남은 찌끄러기가 뭉쳐 달이 됐다는 설이 형제설이다. 딥임팩트론은 요즘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이론이다. 원시 지구가 있는데 어느 날 화성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우리가 모르는 행성이 다가와 부딪쳐 떨어져 나간 부분이 달이 됐다는 얘기다. 이 정도 크기의 물체가 지구와 충돌하면 양쪽이 모두 녹아버린다. 나이를 측정하면 0살, 완전히 새로운 암석이 되는 거다. 하지만 이 가설도 완벽하지 않다.
달이 1년에 몇 ㎝씩 지구로부터 멀어진다는 말도 있던데.
연간 3.74㎝씩 멀어진다.
유럽우주국(ESA)이 구상 중인 달기지의 상상도. [사진 ESA]

유럽우주국(ESA)이 구상 중인 달기지의 상상도. [사진 ESA]

그럼 45억 년 전엔 굉장히 가까웠다는 말인가.
처음엔 약 2만4200㎞ 정도였다. 지금(평균 38만㎞)의 약 16분의1 거리였다. 그땐 지금보다 달이 20배 정도 더 커 보였을 거다. 동산에 어마어마하게 큰 보름달이 걸려 있다고 상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 판도라에 나오는 행성처럼 매우 크고 밝은 모습이었을 거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봤던 달은 어느 정도 크기였을까.
30만 년 전을 계산해보면 지금보다 11.1㎞ 정도 가깝다. 하지만 지금도 달이 가까울 때는 36만㎞, 멀 때는 44만㎞다. 8만㎞가량 차이가 나니, 30만 년 전이라고 크게 달라보이진 않았을 것 같다.
달은 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나.
지구에 물이 있어서 그렇다. 바다는 달을 따라간다. 달이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물이 모인다. 그게 밀물과 썰물이다. 이 과정에서 해저면과 바닷물이 지구 자전속도가 느려지는 방향으로 마찰이 생긴다. 그렇게 잃어버린 에너지를 달이 가져간다. 그러면 달의 공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멀어지게 되는 거다.
그럼 언젠간 달이 지구를 떠난다는 얘긴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달의 공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지구의 자전 속도는 느려지게 된다. 그러다 양쪽의 속도가 똑같아지는 시점이 온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선 보이는 달이, 미국에선 보이지 않게 된다. 이때 조수간만의 차가 없어지면서 달과 지구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게 없어진다. 달이 더 이상 멀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달이란...

평균 반지름: 1737.4㎞(지구 지름의 4분의1)
공전 주기: 27일
중력: 지구의 6분의1
지구와의 거리: 38만㎞
나이: 45억년

그게 언젠가.
대략 수백억년 뒤다. 하지만 그때까지 태양이 살아있지 못하기 때문에 의미 없는 계산이다.  
인류가 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무엇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말하려면 목표 지점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달에 대해 몇 %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달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 달이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모르고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달 탐사선이 가서 분광사진을 찍고, 감마선을 측정하는 거다.
국내 달 박사 1호라 들었다. 왜 남들이 하지 않는 달 연구를 시작했나.
어릴 때부터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평범한 것보다는 특별한 것을 더 선호했다. 아마도, 이런 성격이 달 연구를 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지도교수님의 권유도 컸다. 당시에는 아르테미스 사업도 없었던 시점이지만 언젠가 가까운 미래에 달을 포함한 우주탐사를 시작할 테고, 그때를 미리 준비해서 달 박사가 된다면 아주 좋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교수님의 혜안이었다. 연구해 보니 달 과학이 주는 매력이 남달랐다. 천문학자들에게 대부분의 천체는 닿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달은 언젠가 가볼 수도 있고, 언제든 맨눈으로 볼 수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