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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혜수의 카운터어택

때론 현실이 더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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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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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는 해체 위기의 부산중앙고 농구부가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2012년 여정을 극화했다. 장 감독의 한 인터뷰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실화라는 게 이 영화의 스포일러.” 말은 그래도 실화라는 사실은 영화나 드라마의 감동을 배가한다. 그렇기에 자막을 통해 ‘Based on the true story(실화를 다뤘다)’라고 알리기도 한다. 실화인 줄도 모르고 ‘리바운드’를 본 한 관객 후기가 눈길을 끈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라는 게 더욱 놀랍다.”

잠시 창밖을 봐 주시길. 5월 5일, 무려 ‘어린이날’인데, 그것도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어린이날인데. 원망스럽게 비가 오지 않는가. (칼럼을 쓰던 4일, 기상청은 5일 전국에 많은 비를 예보했다) 밖에 나갈 수 없다면 팝콘과 음료수를 챙겨 방구석 1열에 자리 잡자.

지난 3일 프로야구 롯데-KIA전 장면. 1987년 5월 16일 열린 두 팀의 경기가 훗날 영화 ‘퍼펙트게임’으로 제작됐다. [연합뉴스]

지난 3일 프로야구 롯데-KIA전 장면. 1987년 5월 16일 열린 두 팀의 경기가 훗날 영화 ‘퍼펙트게임’으로 제작됐다. [연합뉴스]

여기 OTT로 볼 수 있는 영화 두 편이 있다. 한 편은 2002년 개봉한 미국 영화 ‘루키(The Rookie)’, 다른 한 편은 2011년 나온 한국 영화 ‘퍼펙트 게임’이다. 최근 한·미 양국 프로야구에 이 두 영화를 소환할 만한 일이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드류 매기라는 선수가 얼마 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매기는 지난달 27일 LA 다저스와의 홈 경기 8회에 대타로 나와 삼진 아웃됐다. 경기장에 기립 박수가 울려 퍼졌고, 매기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매기는 1989년생, 그러니까 올해 34살이다. 2010년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지만 13년간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은퇴할 나이에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루키’는 고등학교 물리 교사인 지미 모리슨이 35살에 메이저리그 투수의 꿈을 이루는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다.

‘엘롯기’로 부르는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는 KBO리그 인기 구단 트로이카다. 2019~2022년 포스트시즌에 오른 LG나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와 달리, 롯데는 최근 10년간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 롯데가 현재 1위다. 특히 8연승의 롯데와 5연승의 KIA가 때마침 지난 2~4일 3연전을 치렀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1987년 5월 16일 열린 롯데와 해태(KIA의 전신)의 맞대결이 배경이다. 이 경기에서 롯데 투수 최동원과 해태 투수 선동열은 ‘불멸의 명승부’ 15회 완투 맞대결을 펼친다.

축구에 ‘극장골’이라는 게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즈음부터 쓰인 용어인데, 후반 추가시간에 터지는 결승골이나 동점골을 가리킨다. ‘극적(dramatic)’이란 말도 사실 ‘드라마(drama)’에서 나오긴 했다. 하지만 현실(실화)과 드라마 중 더 극적인 건 어느 쪽인가. 때론 역설적으로 현실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