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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몽땅 날리고 거액 빚까지…임창정도 당했다는 ‘빚투’ 요지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임창정

임창정

라덕연 R&K투자자문 대표 측이 무리하게 ‘빚투(빚을 내 투자)’를 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라 대표는 시세조종 없이 저평가주에 투자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투자자 빚까지 끌어 주가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라 대표 측이 동의도 받지 않고 빚투에 나서 피해를 키웠다며, 금융당국에 채권 추심(빚을 받아내는 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4일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자는 “라 대표 측이 제 허락도 없이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는 바람에 투자금 9억원을 날린 것은 물론 빚 4억원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가수 임창정씨도 라 대표 측이 동의 없이 돈까지 빌려 투자해 오히려 빚을 지게 됐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라 대표는 실제 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 차액결제거래(CFD)나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원금을 다 잃은 것은 물론 빚까지 지게 됐다. 동의를 받지 않고 빚까지 끌어 투자한 것은 향후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향후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동의 없는 빚투를 왜 라 대표가 무리하게 진행했는지다. 현재 가장 유력한 해석은 주가를 추가로 더 떠받치기 위해 투자자들 명의 빚까지 끌어썼다는 것이다. 라 대표 측을 잘 아는 관계자 A씨는 “처음에는 해당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작다 보니 빚투를 안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갈수록 주가가 올라 시총이 커지니, 주가를 부양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빚까지 끌어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덕연

라덕연

이런 해석이 맞는다면 “시세조종은 하지 않았고 저평가주에 투자한 것”이라는 라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투자 구조 자체가 처음부터 투자자들의 추가 자금으로 주가를 계속 띄워야 하는 일종의 다단계였을 가능성이 커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주가가 올라갈수록 이탈자는 나오고, 대주주도 주식을 팔기 시작했을 텐데 본인들이 주식을 더 사지 않으면 언제든 주가는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투자금을 중간에 빼내기 위해 빚투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동의받지 않은 빚투로 피해가 상당하다며, 금융당국에 증권사 채권 추심을 연기해 달라고 진정을 넣었다. 4일 법무법인 대건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예측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한 만큼 변제기일을 유예해 주고 해당 기간 이자를 일시 면제해 준다면 개인 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손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개인 투자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개별 주식 상품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익래 회장 사퇴 “605억 사회환원”=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발 대규모 주가 하락 사태 직전 주식을 매도한 의혹을 받는 김익래(73)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전격 사퇴했다.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각해 얻은 차익 605억원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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