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신중 배고파" 19살 미혼모 외상 부탁에...일자리도 준 사장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영업자 A씨가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배달요청사항'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자영업자 A씨가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배달요청사항'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자신을 미혼모라고 밝힌 고객의 외상 요청에 음식을 보내주고, 이 여성이 음식값을 약속대로 지불하자 일자리를 제안했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은 지난달 30일 처음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자영업자 A씨는 배달 요청사항이 빼곡히 적인 주문내역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했다.

이 주문서에는 “제가 미혼모에 임신 중인데 배가 너무 고픈데 당장은 돈이 없어서 염치없지만 부탁드려본다”며 “만약 주문된다면 돈은 다음 주말 되기 전에 이체해 드릴 테니 제발 부탁드린다”는 요청사항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여태 이런 종류의 주문을 무수히 봐왔고 절대 받아들여 주지 않았지만 ‘미혼모’에 ‘임신 중’이라는 단어 선택이 거짓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달 앱을 통해 확인해보니 이 매장에서 13번을 주문했던 단골손님이었으며, 주문금액은 전부 최소에 딱 맞췄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모르겠다, 거짓말이라도 이건 보내주기로 했다”며 “저 말이 진실이라면 출산하고 몸조리 끝날 때까지는 도움을 주고 싶은데 기분 나쁘지 않게 확인을 해볼 방법이 있겠느냐”고 조언을 구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음식 보내준 사장, 약속 지킨 고객…알고보니 단골

A씨는 이후 “결과적으로 월요일 오전 장문의 문자가 와서 ‘계좌번호 알려 달라’고 요청하기에 정상적으로 입금받았다”며 “저의 선택이 신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지난 2일 후기 글을 올렸다.

A씨 측은 아내를 통해 손님에게 연락한 뒤, 배달 주소지로 찾아갔다. 고객은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A씨 가게를 자주 찾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냉장고에는 A씨가 보내준 음식들이 밀폐 용기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아르바이트 한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나눠 놓았다는 말에 A씨 부부는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현재 19살인 이 고객은 사정이 생겨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됐고, 의류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과 기능사 공부를 하던 중 아이가 생겼다는 사연을 A씨 부부에게 들려줬다. 또 배가 불러오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A씨는 이 고객에게 “하루 2시간 정도 하는 파트타임 자리가 있는데 어떠냐. 오픈 전에 출근해서 재료를 손질하는 일이라 배가 불러와도 다른 사람 눈치 안 볼 수 있다”고 제안했고, 고객은 “시켜만 준다면 열심히 하겠다”며 이를 수락했다.

홍보 위해 조작 지적에…"매장 정보 밝힌 적 없다"

A씨는 홍보성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저는 제 매장의 위치를 한 번도 밝힌 적 없고, 앞으로도 밝힐 일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손님에게 계좌 이체를 받고 나니 거짓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는데, 실제로 만나서 이런저런 사정을 듣고 나니 차라리 거짓이었던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