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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지자 둘러싸여 “정치탄압”만 외친 송영길…당내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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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에 놓인 송영길 전 대표의 지난 2일 ‘자진 출두’는 검찰청사 출입구에서 막혔다. 방호과 직원이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불허했다. 송 전 대표가 “변호사를 통해 면담을 요청했다. (검찰과) 통화 좀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송 전 대표는 “전화까지 안 받을 거 있나”라고 혼잣말을 한 뒤 “기자회견문을 낭독할 테니 자리를 정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A4용지 5장 분량의 회견문을 꺼내 든 송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검찰의 정치 기획 수사”로 규정하고 “주위 사람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검찰이 공안부에 배당할 사건을 특수부에 맡겼다”며 “참고인 신상 정보가 언론에 유출되고, 수사 정보가 실시간 보도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같지 않으냐”고 반응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던 논리와 사실상 일치한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탄압”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위법한 피의사실 공표 행위”라며 수사 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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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표가 자신의 외곽 조직 ‘먹고사는 문제연구소’ 압수수색을 “명백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 대표 역시 지난해 10월 당사 압수수색 때 “그야말로 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 틈에서 회견문을 읽는 모습마저 국회의원 40여 명에 둘러싸여 입장을 밝힌 이 대표 모습과 오버랩됐다.

기자회견으로 끝난 자진 출두였지만,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이정근 녹취록’에 대한 송 전 대표의 답변은 궁색했다. 송 전 대표는 ‘녹취록까지 나온 상황에서 몰랐다는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묻자, “(녹취록 대화 당사자인) 강래구씨가 조사를 받았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3만 개나 되는 녹취록 일부만 추출한 것의 신빙성은 검찰과 법원에서 다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돈 봉투 살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신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도 “검찰 수사를 통해 대응하고 법정에서 다투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23분간 기자회견에도 국민적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당 내부에서도 ‘자진 출두’를 두고 “국민이 정치적으로 방어한다, 혹은 덮으려고 한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김종민 의원)는 혹평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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