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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주가조작 사건 이중명 골프협회장의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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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명 전 대한골프협회장. 김성룡 기자

이중명 전 대한골프협회장. 김성룡 기자

대한골프협회 및 아난티 그룹의 전 회장인 이중명 씨는 SG증권 발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로 매스컴에 등장했다. 이 전 회장은 사건의 핵심인 라덕연 씨에게 재단 이사를 맡기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이 지인에게 묻지마 투자를 권유한 녹취 파일도 나왔다.

반면 그의 아들인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부친은 평범한 노인”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2021년 1월 대한골프협회 사상 첫 경선을 통해 회장이 됐다. 그는 당시 기자와 인터뷰에서 “‘왜 하필 나 때 경선하는가’ 하고 원망했으나, 오히려 현장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됐다. 회장직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의지도 커보였다.

이전까지 대한골프협회장은 골프장 사주 중 명망가를 경선 없이 회장에 추대했다. 골프의 인기가 낮고 기반이 약했을 때는 명망가 회장이 협회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비즈니스 마인드 있는 회장이 취임한다면 대한골프협회는 KLPGA나 KPGA에 필적할 만큼 발전 잠재력이 크다.

남녀 US오픈을 통해 연 1000억원이 넘는 중계권 수익을 올리는 USGA(미국골프협회)처럼 우리도 남녀 한국오픈을 비롯한 대한골프협회 대회들로 골프 성장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됐다. 이 회장은 “나는 골프협회 회장 이전에 기업인”이라며 상금 200억원 규모의 대회를 열겠다고 하는 등 야심찬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중명 회장은 지난 19일 일신상의 이유라며 대한골프협회장 직에서 사임했다. 그리고 엿새 후 연예인 임창정이 등장하는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다. 사건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잘 모른다. 이 전회장 측이 억울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사임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궁금하다. 만약 관련이 있다면, 이 전 회장은 현직 골프협회장으로서 사건이 터지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해 사임한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만약 주가조작과 관련 없이, 그러니까 주가조작 사건이 터질 줄 모르는 상태로 그만둔 거라면 어떨까.

최근 골프협회는 시끄러웠다. 시도협회장들이 회장 관련 연판장을 돌렸다. 시도협회장들은 “골프장을 구하기 어려워 대한골프협회장배 대회 치르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정작 이중명 회장은 자신의 골프장을 대회를 위해 빌려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주가조작이 관련 없다면 이 전 회장은 협회를 비롯한 다른 일들이 복잡해져 그만둔 거라고 추론할 수 있다. 협회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한 사임 당시 이 전 회장은 주식으로 큰 소득을 올리고 있는 시기였다. 자신의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여유가 됐을 것이다.

수도권 국가대표 전용 훈련시설 마련 등 이 전 회장의 공약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의지가 별로 없어 보였다고 한다. 이 회장이 북한에서 대회 개최를 하겠다고 한 건 아난티 금강산 골프장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 아니냐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그러니까 이중명 씨가 골프협회장이 된 건 골프 발전이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골프계 인물의 일탈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프로골퍼 출신이 코인 사기와 관련해 입건됐고 SG증권 발 주가조작 사건에서도 프로 골퍼가 회원 모집과 돈세탁 등에 깊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직과 명예를 중시하는 스포츠인 골프계의 아버지격인 대한골프협회장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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