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의 금식월인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기 위한 미국 백악관의 축하연에 초청된 무슬림 시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봉쇄로 출입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났다.
초청장까지 받았는데 퇴짜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모하메드 카이룰라 미 뉴저지주 프로스펙트 파크 시장은 전날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이드 알피트르' 행사 시작 30분 전 갑자기 SS 측으로부터 "백악관 출입을 허가할 수 없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드 알피트르(‘금식을 끝낸 축제’)는 이슬람력으로 아홉번째 달을 뜻하는 라마단이 끝났음을 알리는 축일이다. 금식을 마친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이날 인사를 다니고 선물을 주고받는 등 명절처럼 보낸다.
카이룰라 시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행사 이틀 전 주최 측에 모든 정보를 제공했고 초청장까지 받았다"며 "백악관 출입이 불허된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내 인종과 종교, 이름이 죄였다고 생각한다"며 "연방 기관은 아랍인과 무슬림을 공항과 국경에서 억류하고 입국을 거부할 때 왜 그런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인종 등을 토대로 분류한 후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벌어졌다는 주장인 셈이다.
카이룰라 시장은 "(문제의 발단은) 2019년 해외 출국 후 뉴욕 JFK 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때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공항 관계자가 '튀르키예에서 체류할 때 테러리스트를 만났느냐'는 선을 넘는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SS 측은 "불편을 끼친 점은 유감스럽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통상 백악관은 초청자 정보를 먼저 SS에 제출한다. 그러면 SS가 이 정보를 범죄 이력과 테러단체 정보가 담긴 정부 통합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하는 등 검토를 거쳐 최종 출입을 승인한다. CNN은 "SS가 대통령에게 근접할 수 있는 사람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 뉴저지 지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카이룰라 시장을 백악관으로 초대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이룰라 시장은 '만약 다시 초대받으면 백악관에 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슬람교도 등을 다룬 비밀명단과 대상 선정방식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조건에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특정 종교·인종의 미국인을 테러리스트처럼 취급한 데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겠다는 의미다.
카이룰라 시장은 지난해 브루클린 영화제에 출품된 '모하메드 시장'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이슬람 포비아(이슬람 공포증)'에 맞서 어떻게 시장에 선출됐는지를 그린 이 다큐는 애플TV 등에서 방영돼 큰 관심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