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대선 ‘친 대만’ 페냐 승리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아순시온의 콜로라도당 당사에서 부인 레티시아 여사와 손을 흔들며 지지자 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양안(중국과 대만) 대리전’ 양상으로 관심을 끈 남미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에서 친대만·친미 우파 성향 산티아고 페냐(44) 후보가 승리했다.

70년 넘게 이어진 우파 정부의 재집권으로 파라과이와 대만·미국간 연대가 강화될 전망이다.

집권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 ·ANR) 페냐 후보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선에서 개표율 99.75% 기준, 득표율 42.74%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친중 성향을 드러낸 중도좌파 에프라인 알레그레(60) 정통급진자유당 후보는 27.49%(2위)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페냐 당선인은 수락 연설에서 “당의 위대한 승리다. 여러분과 함께 조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며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빈곤 해결을 위한 단결과 합의를 호소했다. 오는 8월 15일 마리오 아브도 베니테스 대통령의 뒤를 이어 임기 5년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 3월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면서 남미 유일 대만 수교국이 된 파라과이의 대선은 친미·친중 후보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페냐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중국과 거리를 두면서 대만과 전통적 우호 관계를 이어갈 것”이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난 1월 CNN 인터뷰에선 “미국·이스라엘·대만이 파라과이 발전을 위한 삼각 구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알레그레 후보는 대만과 단교를 공공연히 주장하며 중국과 수교를 통해 파라과이 대표 상품인 콩과 쇠고기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선거 초반 알레그레 후보의 선전으로 접전 양상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중국과 덥석 손잡고 이익을 기대하는 ‘불안한 변화’보다 ‘현상 유지가 낫다’는 쪽으로 민심이 기울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대만은 페냐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일 트위터를 통해 “양국의 오랜 관계를 발전시키고 (새 대통령) 지도력 아래 파라과이 정부와 국민이 번영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만 수교국은 파라과이를 포함해 13개국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수도 아순시온 출신의 페냐 당선인은 파라과이 최고 명문 아순시온 가톨릭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파라과이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고 2000년대 아순시온 가톨릭대에서 금융과 경제이론 교수로 재직했다. 이 같은 ‘경제통’ 배경도 당선에 보탬이 됐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레티시아 오캄포스 여사와  두 자녀가 있다.

로이터통신은 “페냐 당선인이 파라과이 경제를 되살리고,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거대 중국 시장을 갖기 위해선 대만을 버려야 한다는 대두·쇠고기 생산자들의 압력도 헤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라과이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그쳤고 인구 750만 명 중 25%가 빈곤층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