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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43회 언급…방미성과 직접 밝힌 尹 "역사 자랑스럽게 생각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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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또 한 번 정공법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2일 오전 생중계된 16분 길이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으로 미국 국빈 방문의 성과를 직접 설명했다. ‘동맹’이란 단어만 43차례 등장했다. 지난 3월 일본 방문 뒤 국무회의에서 23분간 한·일 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피력했던 것처럼, 이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도 대국민 담화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결과와 성과는 하나의 시작일 뿐이고, 동맹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고, 양국 국민의 기회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동맹, 산업동맹, 과학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며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 동맹이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국빈방문의 최대 성과로 여겨지는 ‘워싱턴 선언’을 안보동맹의 실례로 들며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신설한 핵협의그룹(NCG)은 일대일 관계로, 더 자주 만나 더 깊게 논의한다는 점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기획그룹(NPG) 보다 더 실효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빈손 외교’를 반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또 “상대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 세대가 꿈을 키워갈 튼튼한 안보를 구축할 것”이라며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동맹은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소인수회담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소인수회담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산업동맹과 과학기술 동맹, 정보 동맹으로 확대된 사례로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설치된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와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첨단과학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공동 R&D 투자를 하게 되면 미국이 이끌어가는 핵심 원천 기술에 우리도 함께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의미와 그 역사성을 전달하는 데도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강 국가와 70년간 동맹을 맺어왔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며 “우리 국민이 열심히 일하고, 미국이 우리 경제 성장에 강력한 동맹으로 지원해 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관계에 있어 고마운 것이 있으면 고맙다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국격이 있고,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제대로 자리 잡고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양국 간 혈맹으로 맺어진 특수성과 관련해 “한·미 동맹은 단순히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관계가 아니다”며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이자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정의로운 동맹”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미 동맹과 관련해 국내 일부의 자학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자부심을 갖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내주 취임 1주년을 맞아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에게 ‘변화’와 관련해 주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정부가 1년 간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보여주기 보단 우리가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무위원에게 “정부 출범 전과 후에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종이에 연필로 써보길 권한다”며 “국민이 변화를 체감해야 ‘나라가 바뀌는구나’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 희망이 있어야 위기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체감하고 확신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어떠한 실질적 변화가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청년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젊은 사람이 우리보다 아는 게 적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모르는 걸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가 아는 것이 국정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부처 직원 및 학교 후배들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바깥에서 듣기 거북한 훈수도 들어보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각설에 대한 언급은 이날 회의에선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개각을 하더라도 소폭 아니겠냐”며 “국면 전환용 개각이 아닌 국민이 필요할 때 개각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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