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1위, 실패도 1위…LG ‘발 야구’ 어디로 뛰고있나

LG 트윈스는 염경엽 감독 부임 이후 ‘뛰는 야구’를 표방하고 있다. LG는 도루 횟수 1위지만, 성공률이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염경엽 감독.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달리고 또 달린다. 염경엽 LG 감독이 팀을 맡은 뒤 나타난 변화다. 하지만 ‘득’만큼 ‘실’도 작지 않다.

지난해 11월 LG를 맡은 염 감독은 “공격적인 야구를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동력과 작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염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코치 당시 넥센을 팀 도루 1위로 끌어올렸다. 발 빠른 주자들뿐 아니라 박병호처럼 힘 있는 타자들도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듬해 감독이 된 뒤에도 같은 스타일로 성과를 내 ‘염갈량’이란 별명을 얻었다.

예상대로 올해 LG는 적극적으로 뛴다. 시범경기에서 도루 1위(33개)에 올랐던 LG는 정규시즌에서도 26경기를 치르는 동안 39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2위 NC 다이노스(25개)보다 도루 수가 14개나 많다. 최하위 KT(8개)의 다섯 배 정도다.

문제는 성공률이다. 도루 실패도 25개로 압도적인 1위다. 도루 성공률은 60.9%로 최하위다. 견제사(3개)와 주루사(21개)도 가장 많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RAA도루(Runs Above Average·평균 선수 대비 도루 득점 기여)는 -3.21이다. RAA주루는 -5.11이다. 뛰지 않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란 의미다.

2023 KBO리그 팀순위(1일)

LG 염경엽 감독은 작전도 많이 내는 편이다. 히트앤드런과 희생번트에 적극적이다. 팀 타율(0.299), 출루율(0.390) 1위지만 한 점을 짜내기 위한 야구를 펼친다.

하지만 이것도 효율이 좋은 편이 아니다. LG의 희생번트 시도횟수는 28회로 가장 많지만, 성공(12개)보다 실패(26개)가 많다. 성공률 42.9%로 9위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도루 덕분에 이긴 경기는 있었지만, 도루 때문에 진 경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앞으로도 ‘발 야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LG는 상대방에 까다로운 팀이 돼야 한다. 앞으로도 공격적인 야구를 펼치면서 까다로운 팀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규 시즌은 물론 가을 야구까지 꾸준히 ‘발 야구’를 계속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염경엽 감독의 ‘작전 야구’ 손익계산서는 돌아오는 가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