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를 둔 이소희(47)씨는 영양제나 옷, 로션 같은 생활용품을 한 달에도 몇 번씩 해외 직구(해외 직접 구매)로 산다. 예전 직구는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외국에서 대규모로 할인 행사를 할 때 큰마음을 먹고 하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아니라고 했다. 이씨는 “물가가 하도 올라서 가격 비교를 꼼꼼히 하는 편인데, 배송료를 더해도 국내 매장에서 사는 것보다 직구가 훨씬 싼 게 많다”며 “온라인 구매 방법도 간편하고 배송에 걸리는 시간도 1~2주 정도라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적자에 시달리는 건 한국 전체의 무역수지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전자상거래에서도 1조3000억원이 넘는 무역 적자가 났다. 분기별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높은 물가에 ‘온라인 발품’을 팔아 해외 물건을 직접 사들이는 한국인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역직구(해외 직접 판매) 시장은 반대로 쪼그라들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1일 통계청이 발간한 ‘온라인 쇼핑 동향’ 보고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역직구라 불리는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올해 1분기(1~3월) 2871억원에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해 49.4% 줄며 반 토막이 났다. 한국 역직구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전년 대비 -62.1%)하면서다. 미국(-28.7%), 일본(-16.3%) 대상 판매도 줄었다.
김서영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20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으로 역직구는 감소하고 있다”며 “역직구 시장에서 중국 대상 면세점 화장품 판매 비중이 컸는데, 이 부문 수요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높은 품질을 자랑했던 화장품 등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화장품 자체 브랜드와 현지 판매망이 급성장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외국인은 크게 감소했지만, 한국인의 ‘해외 직구 사랑’은 여전했다. 올 1분기 해외 직접 구매액은 1조59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2014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2020년 4분기 1조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99.4%), 일본(29.4%), 아세안(9.1%) 등지에서 구매액이 많이 늘었다. 상품별로는 스포츠ㆍ레저용품(56.7%), 의류ㆍ패션(24.3%), 음ㆍ식료품(12.7%) 등 고루 증가했다.
덕분에 해외 직접 판매액에서 구매액을 뺀 전자상거래 분야 무역수지는 1분기 1조311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경이 따로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1분기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53조918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4% 증가했다. 이 중 여행ㆍ교통서비스 거래액이 111.7%, 문화ㆍ레저서비스 거래액이 66.5% 각각 치솟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외부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다. 같은 이유로 배달 수요가 줄면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10.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