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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철' 이호철이 왜…4년 전 이화영 中출장 일정 동행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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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3철’로 불렸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노무현정부)이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의 중심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019년 4월 중국 단둥 출장 일정에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상황실장, 제도개선비서관, 민정수석 등을 지낸 이 전 수석은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실 요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뒤 해외로 출국했다. 2018년~2019년에는 1년간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수하는 등 문재인 정부 내내 자연인으로 지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019년 4월26일 중국 출장 당시 한중 기업인 간담회 일정에 이호철 전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민정수석비서관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른쪽에서 다섯번째가 이호철 전 수석. 독자 제공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019년 4월26일 중국 출장 당시 한중 기업인 간담회 일정에 이호철 전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민정수석비서관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른쪽에서 다섯번째가 이호철 전 수석. 독자 제공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수석은 2019년 4월26일 오후 중국 단둥 오룡산 내 한 호텔에서 진행된 ‘경기도-중국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중국 부동산 개발 회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6시부터 이어진 간담회는 밤늦게 끝났다고 한다. 간담회 전 이 전 수석은 이 전 부지사,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등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행사장 앞에서 기념 촬영도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당시 국외출장보고서엔 ▶단둥-북측 국경지역 개발관련 회의 ▶북측 진출방안 협의로 해당 간담회 취지가 담겨 있다. 또한 이 간담회를 통해 국경지역 개발 및 한-중 기업의 북한 진출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이호철 중국 기업인들과 중국어 소통하며 주도”

 출장보고서에 남긴 간담회 참석자 명단에 이 전 수석의 이름은 없었지만, 그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대화를 주도했다고 당시 배석했던 아태협 관계자는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간담회라고 하기보단 술을 마시는 만찬 자리였는데, 이 전 수석이 중국 단둥 기업인들과 통역 없이 중국어로 대화하며 자리를 주도했다”며 “중국 기업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북측 국경지역에 호텔, 리조트 등을 짓는 관광지 개발을 주로 논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지사는 김 전 회장의 스마트팜 비용 완납 이후 약 2주 만에 남북협력사업 협의와 투자유치를 위해 3박4일로 중국 단둥·베이징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출장의 첫 일정은 경기도가 아태협에 맡긴 묘목·밀가루 등 인도적 남북교류협력 지원 사업을 점검하는 ‘한-북측 대표자 회의’ 였다. 이 전 수석이 이 전 부지사와 함께 한 자리는 이 회의 직후 이어진 한중 기업 간담회였다. 압록강유역집단 회장, 단둥오룡산여유(旅游)유한공사 사장, 단둥하구여유유한공사 사장 등으로 북중 접경지에서 부동산·관광지 개발 사업을 하는 기업인들과 대화하는 자리였다.

2018년 쌍방울그룹 신년 해돋이 행사에 참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운데). 오른쪽에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과 왼쪽 방용철 그룹 부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독자 제공

2018년 쌍방울그룹 신년 해돋이 행사에 참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운데). 오른쪽에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과 왼쪽 방용철 그룹 부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독자 제공

쌍방울그룹 북측 국경 관광지 개발 포석?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이때 중국 출장 역시 쌍방울그룹의 북한 진출을 돕기 위한 행보라고 의심한다. 이 때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동원해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비용 500만달러를 북측에 완납한 즈음이기 때문이다.

이후 쌍방울그룹은 2019년 1월17일 조선아태위와 맺은 경제협력 합의를 기초로 2019년 5월12일 북한의 대남협력기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과 관광지 및 도시개발, 지하자원개발협력, 물류유통사업 등 6가지 사업권의 우선권을 가지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쌍방울과 민경련 산하 개선총회사의 구체적인 관광지 및 도시 개발사업 내용엔 중국 단둥과 맞닿은 북한의 신의주 특별개발구(국제경제지대) 부지 990만㎡ 이상을 개발한다는 조항도 있다.

쌍방울그룹 임원이자 김 전 회장의 최측근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실권을 잡았던 이호철 전 수석이 이 전 부지사의 출장 일정에 동행했다는 사실은 최근에 알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그룹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방용철 부회장에게 이 전 수석을 소개해줘 친분이 있다는 건 김성태 회장도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 보낼 묘목장을 찾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사진 아태협

북한으로 보낼 묘목장을 찾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사진 아태협

노무현정부 대북 비선 ‘이호철-이화영 라인’

 이 전 수석과 이 전 부지사는 대북 사업과 관련해 노무현정부 때부터 호흡을 맞춘 사이다. 2006~2007년 노무현정부 당시엔 ‘이호철-이화영 라인’이 대북 비선 채널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이 전 수석은 국정상황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 정부 요직에, 이 전 부지사는 19대 국회 여당 현역 의원으로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친노그룹과 북측의 다리 역할을 했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출신 대북 사업가 권오홍(사망)씨가 2007년 6월에 낸 대북 접촉 비망록 『나는 통일 정치쇼의 들러리였다』엔 구체적으로 이 전 수석과 이 전 부지사가 정상회담 등 주요 대북 이벤트와 정책의 막전막후에서 활동한 정황이 담겨 있다.

참여정부 초창기인 2003년 촬영 사진. 문재인(가운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이호철(오른쪽) 민정1비서관, 윤태영(왼쪽) 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일보

참여정부 초창기인 2003년 촬영 사진. 문재인(가운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이호철(오른쪽) 민정1비서관, 윤태영(왼쪽) 대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일보

권씨는 이 책에서 이 전 수석과 이 전 부지사가 정상회담 성사를 앞두고 남북 소통 채널에서 자신을 배제했다고 꼬집으며, 비망록을 출간하기 전 CD에 초안을 담아 두 사람에게 줬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호철이 국정상황실장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이화영이 하는 일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화영의 활동이)이호철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썼다. 지난 2020년 3월 이 전 수석은 이 전 부지사의 21대 총선 예비후보 사무소를 찾아 지지하는 등 대외적으로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전 수석은 이 전 부지사의 중국 출장 동행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당시 이 전 부지사가 이를 사전 인지하고 공모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21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수원지법은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공모 혐의를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병합 심리 중이다.

검찰은 또 최근 이 전 부지사를 제3자뇌물 혐의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 중이다. 김 전 회장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이 경기도를 등에 엎고 북한에서의 각종 이권을 챙기기 위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등을 대납한 것이라는 혐의에 대한 조사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수사가 서서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혐의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과정”(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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