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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주가조작단 압수수색…“투자업체, 간판도 없이 운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서울 남부지검 소속 직원 34명은 주가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세력의 사무실·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 투자컨설팅 업체가 이용하던 서울 강남구 건물. 김남준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서울 남부지검 소속 직원 34명은 주가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세력의 사무실·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 투자컨설팅 업체가 이용하던 서울 강남구 건물. 김남준 기자

금융 당국과 검찰이 주가조작 의심 세력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최근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는 일부 종목에 대한 하한가를 유발한 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조작 의혹 관련자 10명에게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27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와 금융감독원·서울 남부지검 소속 직원 34명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투자컨설팅 업체의 사무실과 주가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인사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번 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골프 업체와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난 주식 조작과 관련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 의심 세력은 사무실 운영부터 주식 투자까지 각별한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인근 주민과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층의 사람은 이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해왔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해당 건물 다른 층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남자 2명 정도가 왔다 갔다 하는 것만 봤다”면서 “최근에 갑자기 이사한 것만 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이곳 건물로 이사했다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급하게 사무실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사무실은 원래 한 법당이 1년6개월 정도 임대해 쓰다가 최근에 나간 곳”이라면서 “사무실이 비어 있다 보니 최근 한 달 정도 짧게 빌려서 쓴 거 같다”고 했다. 실제 해당 사무실은 이렇다 할 간판도 없이 운영돼 오고 있었다. 오히려 건물 입구엔 예전 임차인이었던 법당 간판만 여전히 걸려 있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發) 이상 매도 물량에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선광·세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8개 종목이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 만에 8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8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70%가량 떨어졌다. 서울가스 주가는 지난 21일 46만7500원에서 27일 11만2700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4거래일 만에 75%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성홀딩스도 13만100원에서 3만1300원으로 76% 하락했다. 선광(16만7700원→4만400원), 삼천리(49만7500원→12만4500원)의 낙폭도 각각 75%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가 금융 당국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낌새를 눈치챘거나 세력 내 분쟁 같은 이유로 자금 일탈이 생기면서 한꺼번에 매물을 던졌고 수급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세력이 2020년부터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리 투자를 하며, 내부 관계자끼리 주식 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통정매매’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 주가 조작 과정에 정관계 인사, 연예인·고액 연봉의 전문직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가수 임창정씨도 이들 세력에 돈을 투자해 논란을 빚었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폭락 직전 처분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시간외매매로 다우데이타 140만 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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