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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당 간판도 안떼고 운영"…임창정 의혹 주가조작 사무실 압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당국과 검찰이 주가 조작 의심 세력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최근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는 일부 종목에 대한 하한가를 유발한 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 조작 의혹 관련자 10명에게 출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금융당국·검찰 합동으로 압수수색

27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이 사무실로 쓴 서울 강남구 한 빌딩을 압수수색 했다. 김남준 기자

27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이 사무실로 쓴 서울 강남구 한 빌딩을 압수수색 했다. 김남준 기자

27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와 금융감독원·서울 남부지검 소속 직원 34명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투자컨설팅업체의 사무실과 주가 조작에 관여한 정황이 있는 인사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번 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골프업체와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난 주식 조작 관련해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면서 “필요한 자료가 많아 여러 군데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주가 조작 의심 세력들은 사무실 운영부터 주식 투자까지 각별한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압수수색도 이들의 행적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 달 전 왔다 갑자기 이사”…예전 법당 간판만

주가 조작 의심세력이 쓴 서울 강남구 사무실. 김남준 기자

주가 조작 의심세력이 쓴 서울 강남구 사무실. 김남준 기자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인근 주민들과 같은 건물을 쓰는 다른 층의 사람들은 이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해왔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해당 건물 다른 층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남자 2명 정도가 왔다 갔다 하는 것만 봤다”면서 “최근에 갑자기 이사를 한 것만 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에서야 이곳 건물로 이사했다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급하게 사무실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사무실은 원래 한 법당이 1년 6개월 정도 임대해 쓰다가 최근에 나간 곳”이라면서 “사무실이 비어 있다 보니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이) 최근 한 달 정도 짧게 빌려서 쓴 거 같다”고 했다. 실제 해당 사무실은 이렇다 할 간판도 없이 운영돼 오고 있었다. 오히려 건물 입구엔 예전 임차인이었던 법당 간판만 여전히 걸려 있었다.

주가 조작 압수수색 사무실에 걸려 있는 법당 간판

주가 조작 압수수색 사무실에 걸려 있는 법당 간판

압수수색에 참여한 금융위 직원들은 장시간 동안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며, 건물에 출입한 사람들의 인적 사안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압수수색도 이른 오전부터 시작해 늦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정관계 인사, 연예인까지 참여 ‘통정매매’ 조작 의심 

최근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 발(發) 이상 매도 물량에 서울가스·대성홀딩스·삼천리·선광·세방·다우데이타·다올투자증권·하림지주 8개 종목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와 관련해 주가 조작 의심 세력들이 해당 종목의 매물을 급하게 팔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가 조작 의심 세력에 관련돼 압수수색 대상이 된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 27일 금융당국 한 관계자가 해당 식당 안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김남준 기자

주가 조작 의심 세력에 관련돼 압수수색 대상이 된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 27일 금융당국 한 관계자가 해당 식당 안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김남준 기자

특히 이들 세력이 2020년부터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리 투자를 하며, 내부 관계자끼리 주식 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통정매매’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눈치를 챈 일부 투자자들이 물량을 던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압수수색에 포함된 골프업체와 식당에 고액의 골프 레슨비와 술값을 내는 방식으로 주식 투자 수익 수수료를 일부 대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주가 조작 과정에 정관계 인사, 연예인·고액 연봉의 전문직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가수 임창정씨도 이들 세력에 돈을 투자해 논란을 빚었다.

“신속 처리, 필요하면 제도 보완할 것”

이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검찰은 최근 관련 제보 등을 입수하고 합동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사안이 크지 않으면, 금감원이 관련자를 불러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안은 비교적 중대해 금감원과 달리 강제 수사 권한이 있는 금융위까지 나서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오늘 압수수색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자 조사 등을 추가로 벌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입장에서 관계기관이 협력해서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면 당연히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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