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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과 전쟁’ 4개월…현장선 “날파리들 잠잠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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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공사 현장. 지난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으로 공기가 크게 밀리면서 당초 계획한 3월에 맞춰 준공하지 못했다. 김민주 기자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 명문초등학교 신축공사 현장. 지난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등으로 공기가 크게 밀리면서 당초 계획한 3월에 맞춰 준공하지 못했다. 김민주 기자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 명지동 명문초 공사 현장. 이 학교는 지난 3월 개교했지만 아직 임시 교실 등에서 수업하고 있다. 레미콘 파업과 장비사용 요구 집회,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영향으로 70일 넘게 공기(工期)가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칼을 빼 들면서 공사 방해 행위는 자취를 감췄고, 다음달 준공 예정으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국 건설현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조치가 이어지면서다. 지난 2월 21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장비사용·인력 채용을 강요하고 월례비 등을 요구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건폭’으로 규정하고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겠다”고 선언했다.

26일 부산 남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 관계자는 “공사가 막 시작되는 현장엔 이른바 ‘날파리’들이 많이 꼬인다. 포크레인·덤프트럭 등 장비와 인부, 사토장(토목공사 때 생기는 흙 등을 비용을 내고 버리는 장소)을 써달라는 건설 노조 등의 요청이 몰렸다”라며 “그런데 올해는 놀라울 만큼 잠잠하다”고 했다.

경기 구리와 전남 해남, 전북 전주, 경북 고령 등 현장 관계자도 “채용 등을 요구하던 군소 노조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전주 B아파트 현장은 지난 1월부터 노조 측이 현장 집회 신고를 중단했고 경기 고양 주택공사현장도 지난 2월 이후 노조원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배양근 주무관은 “(현장을 둘러보니) 본래 잘 알고 소통하던 사이가 아니면 요즘 (노조에서) 연락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구사항을 거절하더라도 현장을 막는 집회나 안전장비 미착용·폐기물 처리 등 문제를 지자체에 허위 신고하는 보복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노조마다 장비 사용과 인력 채용 등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복성 집회에 나섰다. 경찰이 불법행위 신고 기간을 운영해도 건설사 등은 노조 보복을 의식해 신고를 꺼렸지만, 정부가 일관된 대응에 나서면서 이런 분위기도 변했다고 한다.

국토부가 월례비 근절을 위해 크레인 조종사 면허를 취소하는 대책을 발표하자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 110개사로 이뤄진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이 월례비를 7000만 원 넘게 받은 크레인 조종사 60명을 수사 의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조합 측 신고 이후 전국 현장에서 월례비 요구도 사라졌다.

하지만 정부 조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울산 아파트 건설현장 관계자는 “단속 손길이 느슨해지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현장 관계자는 “아직은 노조가 정부 눈치를 살피며 몸을 사리지만 계속 압박만 하면 노조도 야·특근 거부, 현장 태업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며 “지금 상황을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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