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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징역16년 가볍다" 항소…미성년자 73명 성착취 육군장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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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 앱으로 어린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약 4년간 성 착취를 한 전 육군 장교가 1심에서 징역 16년을 받은 데 대해 검찰이 항소했다. '형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게 검찰의 항소 이유다.

춘천지검은 A(25)씨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에 불복,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26일 밝혔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육군 장교 신분임에도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로까지 나아가는 등 죄질이 불량한 점과 대부분의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48개월에 걸쳐 아동·청소년 피해자 73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개월에 3명 꼴로 피해자가 나온 셈이다.

피해자 5명의 성 착취물을 소지하고는 이를 빌미로 3명을 협박했고, 16세 미만 피해자 2명에게는 성폭행도 저질러 의제유사강간죄와 의제강제추행죄도 더해졌다.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고서 사진을 보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주며 호감을 산 뒤 점점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A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개인용 클라우드 계정을 삭제했으나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와 외장하드에서 성 착취물을 다수 발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입대 전부터 ‘일탈계’(자기 신체 일부를 온라인에 노출하는 것) 회원으로 활동하며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을 드러냈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재판부에 40여차례 반성문을 제출했고, 여성단체 회원 등은 A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100통 넘게 냈다.

1심은 “장교 임관 전부터 장기간 범행해 피해자 수가 70여 명, 제작한 성 착취물이 3200여 개에 이른다”며 “디지털 성 착취물은 완벽한 삭제가 어렵고 쉽게 복제될 수 있어 자칫하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임관 후 거리낌 없이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가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과 소수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해자 69명에게 각 100만원씩 공탁한 점 등 미약하게나마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해 검찰 구형량에는 못 미치는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10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10년)을 내렸다.

지난 21일 1심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공동변호인단 유승희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합의를 거절했음에도 불구 일방적인 공탁이 가능한데, 이를 두고 재판부가 실질적인 회복이라고 말한 것은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겪을 고통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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