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덕 “원전지원금 409억원 돌려달라” 행정소송서 패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이희진 전 영덕군수가 2021년 7월 21일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희진 전 영덕군수가 2021년 7월 21일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영덕군이 “정부가 회수해 간 원전 특별지원금을 돌려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영덕군은 원전 건설 예정지로 지정됐다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정부로부터 받았던 지원금을 전액 반납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자력 살리기 정책 기조에 힘입어 비교적 무리 없이 승소할 것으로 낙관했던 영덕군은 패소 소식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4일 영덕군이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제기한 천지원전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등 409억원 회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2011년 정부는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리 일대 324만여㎡를 1500㎿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건설 예정지로 정하고 2012년 9월 고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2018년 6월 천지원전 건설 백지화를 의결, 같은 해 7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영덕읍 천지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신청했다.

이어 2021년 7월 산업부는 천지원전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409억원(380억원+이자 29억원)을 회수하겠다고 알렸다. 가산금은 원전을 지어달라고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신청하면 지원금 외에 추가로 주는 보상 인센티브다.

이에 영덕군 측은 “가산금은 원전 건설요청에 동의한 지자체에 사전신청 인센티브 차원에서 제공하는 특별지원사업 성격이 크다”며 “이를 회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2010년 신규 원전유치 신청 이후 국가사무인 원전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지역주민들의 갈등 해소와 경제적 지원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원전사업 추진 시 지자체에 동의를 구한 것과 달리 사업 해제 시에는 일방적으로 통보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희진 당시 영덕군수는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 피해가 3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는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따른 각종 기본 지원금과 영덕에 원전이 들어오면서 생길 경제적 파급효과, 일자리 등 각종 고용 효과를 60년치로 추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천지원전 관련 특별지원금은 원전 건설을 위한 것으로, 건설 계획이 취소된 만큼 법적 근거와 필요성이 상실돼 미집행한 특별지원금 회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덕군은 가산금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나눠 받았다. 받은 돈을 예치하면서 이자 29억원이 발생했다. 영덕군은 회수 조치에 반발하면서도 기한 내 반납하지 않으면 막대한 이자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가산금을 우선 반납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기한 내 이를 반납하지 않을 경우 연 5%의 지연이자가 부과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패소 판결에 대해 영덕군은 항소할 전망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판결문을 송달받은 뒤 2주 내로 항소가 가능하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한편 천지원전 예정 구역 고시에 묶이는 바람에 10여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피해를 본 주민들도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전 주변 지주로 구성된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산업부 전 장관, 한수원 전 사장, 영덕군 전 군수 등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