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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설화' 최고위원 안부른다...김기현과 7인 '샌드위치 회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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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현재 거론되는 전세 사기 피해 구제 방안들을 종합하고, 현행 제도 내에서 실천 가능한지도 파악해 보고해 달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들 사이에서 세 번째 극단적 선택이 발생하자, 그 다음날인 18일 오전 8시 10분쯤 국토교통부에 긴급하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요청했다. 김기현 대표가 이날 아침 8시부터 전세 사기 피해 대책을 주제로 당 지도부 회의를 소집한 자리였는데 당정 간 소통이 즉석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어진 오전 9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의장은 국토부가 낸 대책 리스트를 토대로 “피해자들은 경매 중단 조치와 우선매수권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선(先) 보상, 후(後) 구상’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며 “(정부에) 우선 경매 중단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 체제 이후 거의 처음으로 당 지도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대표가 이달 초부터 평일 오전 8시마다 빠짐없이 여는 비공개 지도부 전략회의에선 이렇게 생동감 있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지도부 핵심 인사들은 국회 본청 2층 당 대표실에서 샌드위치와 블랙커피를 먹으며 매일의 현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공식 지도부 회의로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월·목)와 원내대책회의(화·금)가 번갈아 돌아가지만, 그에 앞서 김 대표가 사전에 지도부 방침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한 이른바 ‘샌드위치 회동’이다.

참석자도 김 대표가 직접 지명한 핵심 당직자 7명만 들어간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수정예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최고위원들은 제외했다”며 “매일 아침 지도부 전략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전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김 대표의 시도는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 등이 잇따라 설화(舌禍)를 일으켜 대표의 리더십까지 흔들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결국 최고위원의 구설 때문에 지도부 장악력이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대표가 본인이 직접 지명한 당직자와의 전략회의를 통해 수직적 리더십을 재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야당이 2021년 전당대회에서 발생한 ‘돈 봉투 의혹’으로 여론 뭇매를 맞는데도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도 연관돼 있다. 지난 2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일주일 만에 4%포인트(36→32%)가 떨어졌지만, 국민의힘 지지율(31→32%)은 1%포인트만 상승했다.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친윤계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특유의 꼼꼼함을 무기도 당무를 챙겨나가고 있다”며 “머잖아 리더십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는 시작도 못 한 상황인 데다가, 지난 13일 김 대표가 상임고문직을 해촉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속해서 김 대표를 비판하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홍 시장은 23일에도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며 “이러다가 정말 제 3지대 당이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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