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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원화값, 문제는 펀더멘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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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원화값이 또 출렁이고 있다. 최근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다시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수출 감소 등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경제 변수에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2.9원 오른(환율은 하락) 1322.8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화값은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급락하면서, 장중 한때 1332.3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29일(1342.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다만 이날 오후 중국 위안화 가격 반등과 독일 생산자물가지수(PPI) 급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다.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엇갈린 대외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환율 부침은 더 커졌다.

실제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1298.9원)는 1200원대까지 상승하면서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었다.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자, 긴축 정책 중단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 전날 발표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도 환율 안정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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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발언이 나오면서, 긴축 강화 우려에 원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18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 수출과 연결되는 산업생산이 기대치를 밑돈 것도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이처럼 대외 지표에 외환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결국 취약해진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누적돼 온 무역적자가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중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1월 말 대비 2월 말 변화율)은 주요 통화국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상당 부분인 약 40%가 무역수지 충격으로 설명된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국의 수출 반등도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 상황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도 문제다. 현재 최대 1.5%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는 미국이 1~2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유 가격

두바이유 가격

국제유가의 재상승 가능성도 부담이다. 낮은 원화 가치가 유지된다면,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근 국제유가는 상승·하락을 오가며 정체 상태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상승 추세를 보일 거란 예측이다.

20일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브렌트유·WTI(서부 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최근 일주일간 ‘퐁당퐁당’식으로 올랐다 내리는 걸 반복하고 있다. 이달 초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발표에 빠르게 오를 거라고 내다봤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수요 증가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기름값이 점차 오를 거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16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제 유가는 중국 수요 회복 등 상방 압력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물가 때문에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한국으로선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고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주로 수입해오는 두바이유 시세는 에너지 수입액, 무역수지와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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