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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 찍힌 경조사 메시지' 태백시장·장흥군수, 행동강령 위반

중앙일보

입력

계좌번호가 적힌 경조사 메시지와 청첩장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해 논란을 빚었던 국민의힘 소속 이상호 강원 태백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성 전남 장흥군수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권익위는 이 시장과 김 군수가 계좌번호가 적힌 경조사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기초단체의 감독기관인 강원도와 전남도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권익위는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태백시와 장흥군에 대해 공무원 행동강령 이행 실태를 긴급 점검한 바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2월 말 자신의 모친상 부고 메시지를 다수의 주민에게 보냈다. 메시지에는 이 시장의 이름, 장례식장 정보와 함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조문이 쉽지 않기에 불가피하게 계좌를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글과 계좌번호가 담겨 있었다. 특히 직무관련자 200여명에게도 보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태백시로부터 약 5억600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결산 절차를 진행 중인 업체 대표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무관련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보낸 모바일 부고장(왼쪽)과 자녀의 결혼 청첩장.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사진 국민권익위원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직무관련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보낸 모바일 부고장(왼쪽)과 자녀의 결혼 청첩장. 계좌번호가 적혀 있다. 사진 국민권익위원회

김 장흥군수는 지난달 군민과 지인 등을 포함해 300여명에게 아들 결혼과 관련한 종이 청첩장을, 1000여명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다. 종이 청첩장에는 김 군수의 계좌번호, 모바일 청첩장에는 신랑·신부·양가 혼주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청첩장을 보낸 이들 중엔 100여명이 직무관련자였다. 장흥군으로부터 약 14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공사 후 준공검사를 앞두고 있던 건설업체 대표도 있었다.

김 군수는 또 장흥군 공무원에게 청첩장에 주소를 적거나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사적인 일을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군수는 직무관련자 105명을 포함해 총 175명에게서 받은 축의금 약 2400만원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장은 금융거래 내용을 권익위에 제출하지 않았다.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지속적 점검 추진" 

정무직인 이들은 지방공무원법상 징계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 차원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이 시장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했다. 김 군수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권익위는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나 직무 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통지해선 안 된다. 또 경조사비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따라 축의금·조의금은 5만원, 화환·조화는 10만원(축의금·조의금 합산 금액)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단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는 가액 범위 내의 경조사비도 허용되지 않는다.

허재우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경조사 관련 준수 사항을 각급 공공기관에 공문으로 전파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공직사회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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