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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가구' 2조원 담합 8개사 기소…최양하 전 한샘 회장도

중앙일보

입력

최양하 전 한샘 회장. 중앙포토

최양하 전 한샘 회장. 중앙포토

검찰이 2조3000억원 규모의 신축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담합 혐의로 한샘 등 8개 가구업체 법인과 그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우아미, 선앤텔인테리어, 리버스 법인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4개 대형 건설사가 전국 아파트 등 신축현장 783곳에서 발주한 2조3261억원 규모의 주방·일반 가구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대상이 된 현장 중에는 신반포르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대치 푸르지오써밋,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와 롯데시그니엘 레지던스 등 유명 오피스텔이 포함됐다.

한샘 등 업체 관계자들은 사전에 어떤 현장에서 어떤 업체가 어떤 가격으로 낙찰받을지 짬짜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최저가 낙찰 방식인 특정 현장 입찰에 앞서 A·B·C사가 사전 모임을 갖고, “A사가 42억5000만원에 낙찰받게 하자”고 담합했다는 것이다. 이후 A사는 42억5000만원을 써내고 나머지 B·C사는 각각 43억원과 43억8000만원을 써내 들러리를 서는 식으로 A사가 일감을 따내도록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런 담합 때문에 입찰 가격이 5%가량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법인이나 실무자에 대한 소극적 기소로는 담합 근절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담합을 최종 승인한 대표이사 또는 총괄임원에 대해 책임을 추궁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8개 법인 가운데 대표이사까지 기소된 업체는 6개이고, 이 가운데 3개 업체는 대주주가 기소됐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외장 하드를 숨기거나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한 혐의로 리버스의 차장급 직원 2명을 증거인멸과 은닉교사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한샘 등 국내 가구업체 8곳의 2조3261억원 규모 빌트인가구 입찰담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정섭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한샘 등 국내 가구업체 8곳의 2조3261억원 규모 빌트인가구 입찰담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사건은 2020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형사 리니언시’ 제도를 적용한 첫 직접수사 사례다. 형사 리니언시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수사가 진행된 담합 행위와 관련해, 자진 신고한 사업자와 임직원을 기소하지 않거나 구형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자진 신고한 사업자 등의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고발을 하지 않는 공정위 리니언시와는 구별된다.

형사 리니언시가 접수될 즈음 공정위 리니언시도 접수됐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는 공정위 조사와 함께 진행됐다. 이달 12일 검찰이 공정거래법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권이 있는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고, 이날 기소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수사를 총괄한 이정섭 부장검사는 “빌트인 가구는 아파트 분양가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서, 담합에 따른 가구 가격 상승은 장기적으로 아파트 등의 분양가격을 상승시킨다”며 “가구업계의 고질적 병폐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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