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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올린 주범" 공정위보다 검찰 먼저 나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신축 아파트의 빌트인(내장) 가구를 납품한 국내 가구업체들에 대해 수사에 들어갔다. 이들 업체의 행태가 아파트 분양가를 높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1일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넥시스·우아미 등 가구업체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신축 아파트에 붙박이 형태로 들어가는 ‘특판가구’ 납품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담합으로 가격을 부풀려 납품한 아파트 공사현장이 500곳, 총 납품액 규모는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과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과 여의도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가구업체 담합 사건이 아니라 민생침해 범죄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의 담합으로 아파트 시공 비용이 오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파트를 분양 받은 일반 시민들이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먼저 조사한 후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이 비로소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번 가구업체 담합 건은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직접 인지해 수사에 들어갔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인지한 시점과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시점이 거의 비슷했는데 검찰이 더 빨리 움직였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 사진 한샘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 사진 한샘

검찰이 공정위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는 점도 주목된다. 검찰은 최근 공정위가 ▶7대 제강사의 철강담합 ▶한국타이어 부당지원 등을 고발한 후 재(再)조사에 가깝게 수사 강도를 높여 처리하고 있다. 공정위 고발 내용을 법리에 맞게 다듬어 기소하는 수준의 기존 처리 방식과 다른 양상이다.

7대 제강사 철강 담합 사건의 경우 검찰은 담합에 가담한 철강사 임원들에 대해서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해, 애초 공정위 고발보다 처벌 범위를 확대했다. 한국타이어 부당지원 사건 역시 별도의 첩보 수집 등을 통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검찰은 이번 가구업체 담합사건에 대해서도 공정위 조사와 별도 수사를 한 뒤 공정위에 고발요청을 할 예정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범죄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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