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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GO]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조선의 그릇, 백자의 매력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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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조선백자 한자리에

한자로 흰 백(白)에 자기를 일컫는 자(磁)를 쓰는 백자는 하얀 바탕흙으로 빚어 투명한 유약을 바른 뒤 약 1300℃에 달하는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백색의 자기를 말한다. 500여 년 조선의 역사와 함께해 온 백자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리움미술관은 2004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도자기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마련했다. 조선백자 총 185점을 선보이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이다. 특히 국보 10점과 보물 21점 등 국가지정문화재 총 59점 중 절반 이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국립경주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부산박물관·호림박물관·간송미술관·아모레퍼시픽미술관·동국대학교박물관 등 국내 8개 기관과 도쿄국립박물관·일본민예관·이데미츠미술관·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야마토문화관·고려미술관 등 일본 6개 기관이 참여했다.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의 1부 ‘절정, 조선백자’에서는 국보·보물 등 42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의 1부 ‘절정, 조선백자’에서는 국보·보물 등 42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리움미술관]

다양한 조선백자를 만나기 위해 전시장에 들어선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한 건 블랙박스의 어두운 공간에서 별처럼 환하게 빛나는 42점의 백자다. ‘절정, 조선백자’란 제목의 1부에선 국가지정문화재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을 선보인다. 도자기를 각각 투명한 유리 박스에 넣어 360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책임연구원은 소중 학생기자단을 한 청화백자 앞으로 이끌었다.
“조선 초기인 15세기 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으로 국보로 지정된 백자청화 매죽문 호입니다. 청화, 즉 푸른색으로 그려진 매화와 대나무 그림이 담긴 백자 항아리(호)라는 말이에요. 이를 포함해 나라에서 특히 귀중히 보존하기 위해 국보·보물로 지정한 31점의 백자를 볼 수 있죠. 절정이란 제목처럼 최고 수준의 백자를 한번에 보여드리기 위해 기획한 공간이에요.”

조선 초기인 15세기 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으로 국보로 지정된 백자청화 매죽문 호. [리움미술관]

조선 초기인 15세기 백자 중에서도 당당한 형태와 화려한 그림으로 국보로 지정된 백자청화 매죽문 호. [리움미술관]

청화를 비롯한 백자 장식의 소재는 다양하다. 고결한 군자를 상징하는 매난국죽의 사군자는 인기 소재였다. 매화·난초·대나무·소나무를 비롯해 용과 물고기·새·사슴·호랑이, 산신령이나 인물을 중앙에 배치하고 가장자리에는 연잎·당초·동심원·구름 등을 연달아 무늬로 넣기도 했다. 백자청화 군어문 호(보물)를 예로 들면 중앙에 마름모꼴로 꽃 모양 공간을 두고 물고기 떼가 헤엄치는 묘사를 하고, 가장자리에는 꽃 등으로 장식했다. 산신각이나 민화 전시에서 봤을 법한 호랑이와 함께 있는 산신령이 그려진 백자청화 신선문 호는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왔다. 백자청화 송녹문 호의 주인공 사슴과 소나무는 십장생에 속하기도 한데 십장생은 18세기 말부터 청화백자에 등장했다. 부귀를 뜻하는 모란·공작, 중국식 발음이 복(福)과 같은 박쥐처럼 조선 후기에는 좋은 일을 바라는 길상문이 유행했다.
“청화백자의 문양은 궁중화가인 도화서 화원이 그렸어요. 청화 안료는 당시 회회청(回回靑)이라고 부른 코발트인데, 페르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수입해야 했기에 매우 비싸고 제때 들여오기도 쉽지 않았죠. 만들 때도 불량품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했죠. 관요 가마터를 발굴해도 청화백자 파편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예요. 그만큼 제작 기술도 뛰어났죠. 당시 세계적으로 백자를 만들 수 있는 건 명나라와 청나라, 조선을 제외하면 없다시피 했습니다. 귀한 재료로 만든 청화백자는 왕과 왕실의 전유물이었어요. 다만 사대부가에선 중국의 청화백자를 들여와 쓰기도 했죠. 실록 등을 보면 계속 사용을 금지하는데, 이는 그만큼 계속 몰래몰래 사용했다는 얘기기도 해요.”

17세기~18세기 전반 많이 만들어진 철화백자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백자철화 포도문 호, 국보. [리움미술관]

17세기~18세기 전반 많이 만들어진 철화백자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백자철화 포도문 호, 국보. [리움미술관]

조선백자에 사용된 안료 중 최고급은 청화이지만, 임진왜란 등을 거치며 한때 수입이 끊겨 구할 수 없어지자 철화백자가 존재감을 뽐냈다. 갈색에서 짙은 흑갈색까지 철의 농도에 따라 다양하게 발색되는철화 안료는 국내에서도 생산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구하기 쉬웠다.
백자철화포도문 호를 유심히 살피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이 연구원은 꼭 뒷모습을 보라고 추천했다. 뒤에서는 원숭이 한 마리가 포도 덩굴 사이를 건너고 있었다. “정적인 포도와 활동적인 원숭이가 철화로 그려져 강한 인상을 주죠. 철화백자는 17세기~18세기 전반 많이 만들어졌는데, 국보인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막대사탕 같은 구름이 인상적인 백자철화운죽문 호(보물)를 지나 상감기법이 사용된 백자상감 연화문 묘지 일괄(국보), 몸체를 뚫어낸 투각 기법으로 독특한 이중 구조를 지닌 백자상감투각 모란문 병(보물), 청화·철화·동화 안료를 함께 사용해 창의적으로 표현해낸 백자청화철화동채 초충난국문 병(국보) 등 희귀한 작품을 감상한 뒤, 아무 무늬 없는 백자 앞에 섰다. “국보인 백자 개호예요. 조선 초기 백자는 새 나라의 기운을 반영하듯 당당한 형태로 순백의 아름다움을 갖췄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평가됩니다.”

뚜껑에 달린 봉오리 모양의 꼭지부터 깨끗한 흰빛으로 품격 높은 모양을 갖춰 국보로 지정된 백자 개호. [리움미술관]

뚜껑에 달린 봉오리 모양의 꼭지부터 깨끗한 흰빛으로 품격 높은 모양을 갖춰 국보로 지정된 백자 개호. [리움미술관]

하얗고 하얀 백자들 사이, 범상치 않은 크기인데 갈색으로 얼룩진 백자가 시선을 끈다. “흔히 달항아리라고 부르는 백자 대호예요. 보름달처럼 둥근 모습을 지녀 20세기 애호가들이 붙인 별명이죠. 조선시대에는 원형의 항아리라고 원호라고 불렀어요. 달항아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이기 때문에 굽는 과정에서 제대로 둥근 모습이 나오기가 힘들죠. 이 달항아리(국보)는 커다란 크기에 비해 이음새 부분도 잘 마무리된 수작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제작기법에 따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143점 백자를 만날 수 있는 전시 2~4부로 향했다. 이 연구원은 안료에 따라 백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라고 팁을 전했다. 61.9cm 높이의 큰 항아리에 5개 발가락을 지닌 오조룡 두 마리가 힘차게 구름 속을 나는 모습이 그려진 백자청화 운룡문 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백자청화 시명각병은 여덟 면으로 각지게 깎아낸 데다 운치 있는 시를 적었다. 백자청화 전서체자시명 호 역시 전서체로 조선 문인들이 숭앙하던 이들의 시를 적어 조선 사람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청나라 옹정제 때 만들어진 분채모란문 대병은 화려한 채색으로 시선을 모았다. “중국의 채색 자기는 조선백자에 영향을 미쳐 채색 장식이 나타나게 돼요. 조선백자 기술을 보면 화려하게 못 만들어서 안 만들었다기 보다 그런 화려함을 원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앞서 봤던 백자청화철화동채 초충난국문 병의 경우 청화·철화·동화 안료를 함께 사용해 꽃잎과 풀벌레에 각각 색을 칠했는데, 매우 어려운 기술이거든요. 채색 자기의 영향을 받았지만 다르게 표현해낸 거죠.”

관요에서 만든 듯 양질의 항아리에 지방 가마서 만든 듯 자유로운 형태로 꽃을 그린 백자철화 초화문 호. [리움미술관]

관요에서 만든 듯 양질의 항아리에 지방 가마서 만든 듯 자유로운 형태로 꽃을 그린 백자철화 초화문 호. [리움미술관]

청화로 잎을 그리고 동화로 붉게 모란을 채색한 백자청화동채모란문 호, 병을 감싼 구름을 진홍색 동 안료로 표현하고 청화로 용을 그려낸 백자청화동채 운룡문 병, 참신한 형태의 백자청화동채금강산형 연적, 백자동채개형 연적 등을 살펴보며 소중 학생기자단은 과히 알록달록하지 않아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조선의 미감을 느껴봤다. 일부 백자는 디지털로 구현돼 문양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아이들 그림 같기도 하고 추상화 같기도 한 문양으로 장식된 백자도 눈길을 끈다. 지방에서 만든 철화·동화백자에는 까치·호랑이 등 민화 소재도 많이 등장하고, 같은 용이라도 짓궂은 표정이 재미있게 나타난다.

밥그릇·국그릇 등 조선 사람들의 일상 생활용기로 사용된 백자 발. 지방에서 만들어진 백자는 다양한 흰빛을 띤다. [리움미술관]

밥그릇·국그릇 등 조선 사람들의 일상 생활용기로 사용된 백자 발. 지방에서 만들어진 백자는 다양한 흰빛을 띤다. [리움미술관]

유리 진열장 안이 아니라 커다란 둥근 상에 놓인 것처럼 전시된 건 조선 사람들의 일상 생활용기로 쓰인 백자 발이다. 중앙 관요에서 만든 흰색과 달리 회색빛·갈색빛·푸른빛이 많이 들어간 백자다. “임진왜란 때 조선백자를 약탈해 간 이들은 차 그릇으로 쓰기도 했지만 사실 조선에선 밥그릇·국그릇 등으로 썼어요. 아까 본 연적이나 필통처럼 문방구나 소 모양 희준 같은 제기도 백자로 만들어 썼죠. 이처럼 조선백자는 왕실에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한 게 특징입니다. 백자가 지닌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는 조선이 추구한 사회 분위기와 잘 맞았죠. 『성종실록』을 보면 왕이 승정원에 백자 술잔을 하사하며 사람으로 치면 선하지 못한 게 용납될 수 없는 것과 같이 공평하고 지극히 바르다(大公至正)고 비유한 기록이 있는데요. 이처럼 백자를 통해 유교사회 조선의 이상적인 인간상인 군자(君子)에 대한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답니다.”

조선백자 총 185점을 선보이는 전시의 마지막은 순백자 호가 장식했다. [임익순]

조선백자 총 185점을 선보이는 전시의 마지막은 순백자 호가 장식했다. [임익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장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
기간: 5월 28일까지(관람 2주 전부터 홈페이지(www.leeum.org)서 예약, 예약 필수)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매표 마감 오후 5시 30분)
청소년 단체(초5~고3, 10~35명) 워크북 프로그램 운영: 화~금 오전 10~11시, 화~일 오후 2~3시, 홈페이지 선착순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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