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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왜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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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공개된 후 우리 사회는 사이비종교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에게도 그에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 나름 답하고자 한다.

저학력에 궁핍했던 이들이 사이비 교주나 도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그런 것인가. 일을 하려면 다른 직종에서는 스펙이 필요하지만, 종교의 경우 학벌 등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 사기 치기 딱 좋은 여건인 것이다. 더욱이 사이비종교는 큰 자본 없이 단지 입담과 약간의 사기술로 영업이 되기에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돈벌이로 악용된다.

다큐 ‘나는 신이다’가 남긴 충격
종교 아닌 다단계 방식 돈벌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이들 노려
폐쇄 공간에서 공포심리 자극

지식 여부와 정신 건강은 별개 문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신도들을 농락한 정명석 JMS 총재. [넷플릭스 캡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신도들을 농락한 정명석 JMS 총재. [넷플릭스 캡처]

그렇게 시작된 사이비종교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대개 다단계 방식이다. 교주의 피해자가 다시 다른 피해자를 불러들이고, 자신은 승격하는 방식이다. 그 중 2인자들이 교주만큼의 주도권을 가지고 조직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이비종교의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실에서 직면하는 불안, 분노, 외로움,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간단없이 의존할 대상을 찾아 헤맨다. 그래서 피지배적인 관계를 맺는 것조차 서슴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쫓기는 사람들도 먹잇감이다. 이들은 14만4000명이라는 허구적 숫자에 배팅하듯 모든 것을 건다. 그 안에 자신이 해당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불안감 때문이다. 비현실적이고 망상적인 기대감 속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비판의식이 약해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강력한 소리를 그냥 삼키고 복종한다.

김도형 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사이비종교 신도 중에는 검사를 비롯한 지식인들, 사회적으로 중요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적인 사람들은 왜 여기에 빠져들까. 흔히 지능지수가 높으면 심리적인 상태도 건강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신 건강은 지능과는 별개인 경우가 많다.

언론인 톰 필립스는 인간의 뇌는 기상천외한 일을 해내면서도 멍청한 짓도 한다고 말하였다. 행동과학자 닉 채터도 인간의 뇌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즉흥적인 일을 벌이는 오류를 양산하는 1.4㎏의 비합리적이고 멍청한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멍청한 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비종교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교주를 옹호하고 반대자들을 처단하기조차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들의 운영방식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우리에 가두어두면 정상적인 멘탈을 유지하기 어렵다.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부여하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고 맹목적인 복종 상태가 된다.

그래서 교주들은 신도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차단하고, 폐쇄된 공동체 안에서 세뇌하며 공포신앙을 주입한다. 교주의 말을 안 들으면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겁을 준다. 또한 천박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 교주를 신격화하는 작업을 통해 그를 신처럼 섬기는 정신적 노예로 만든다.

이 정도까지 되면 노동 착취를 해도 성폭력을 해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교주에게 모든 것을 갖다 바치고, 그에게 반대하는 자들은 악마라고 여기는 정신착란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학대의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병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교주가 사라지면 자신들의 존재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합일화 현상이라고 한다. 교주와 자신이 한 몸이라고 생각하는 정신병적 현상이다. 더 악화하면 자신을 학대하던 교주가 교도소에 가거나 죽었을 때 식음을 전폐하고 고통스러워하며 교주의 죽음이 자신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신격화 현상과 ‘마귀의 종’

그렇다면 교주들의 정신 상태는 어떠한가. 영성심리에서는 이들이 마귀 들림 상태라고 단언한다. 마귀는 대천사 넷 중 하나였던 루치펠인데, 하느님에 대적하여 자신만의 왕국을 이룩하려 한 존재이다. 이 악한 영은 결핍 욕구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혹할만한 제안을 한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줄 터이니 자신의 종이 되라고. 사이비 교주들 대부분 성 중독자들인 것은 그들의 영혼이 마귀의 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을 신격화한다. 스스로 메시아 하느님을 자처하는 것은 마귀가 들렸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현상을 정신의학에서는 반사회적, 혹은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진단하는데, 이는 피상적인 진단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상식을 넘어선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영혼이 악령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대적하기 위해 가톨릭 교회에서는 수도자들이 엄격한 생활을 하고, 구마 사제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