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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길 형이 많이 처리했더라" 송영길 직접 돈 뿌린 정황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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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돈을 뿌린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나왔다.

JTBC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10일 강래구(58) 한국감사협회장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나눈 전화통화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강 회장은 “내가 조금 ‘성만이형(이성만 민주당 의원) 준비해 준 거 가지고 인사했다’고 (송 전 대표에게) 그랬더니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했다. 강 회장은 또 이 전 부총장에게 “영길이형(송영길 전 대표)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도 말했다. 송 전 대표가 측근들의 금품 살포 사실을 알고 있었고, 더 나아가 스스로 금품을 뿌렸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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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에게 돈을 받은 사람 명단을 공유하자고 강 회장에게 말했다가 거절당하는 통화 내용도 존재한다. 이 전 부총장이 “근데 그걸 누구를 얼마나 줬냐 이런 것까진 몰라도 되겠지만 누구는 좀 했다 정도는 알아야 우리가 그래야 되지 않나?”라고 하자, 강 회장이 “모르는 게 가장 좋은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냥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의 최종 배후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할 당시 송 전 대표 측근인 윤관석 민주당 의원과 강 회장 등을 두고 “당 대표 경선 등과 관련해 선거운동관계자·선거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할 것을 지시·권유했다”고 적시했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검찰 압수수색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법에 준항고를 신청했다.

윤 의원 등이 지시·권유한 금액은 총 9500만원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후 실제로 뿌려진 금액은 100만원 적은 9400만원인 것으로 검찰이 영장에 적었다. 검찰은 특히 송 전 대표의 의원실 소속으로 일한 전력이 있는 박모(54) 전 보좌관이 7000만원이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파악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16일 강 회장 등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박 전 보좌관에게 소환 통보를 했고, 18일에는 이 전 부총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관계자 진술을 받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만간 윤 의원 등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강래구 “송영길, 잘했네 잘했어 말해”…돈봉투 살포 알았을 가능성

강래구(左), 이정근(右)

강래구(左), 이정근(右)

검찰 관계자는 “공여자 측 조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 자금 조성과 분배, 전달 경위를 명확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수수자를 특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아울러 지역위원장에게 돈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당 관계자도 조사하는 등 다른 금품 살포 흐름도 수사 중이다.

사건의 ‘윗선’으로 꼽히는 송 전 대표를 두고 검찰은 일단 돈봉투 살포의 수혜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돈을 뿌린 윤 의원과 강 회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정당법 50조에 따르면 단순 전달자나 수수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는 반면, 전달을 지시·권유·요구·알선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더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돼 있어 실제로 이들의 범죄가 무거운 실정이다. 수수자의 경우에는 검찰이 기소해 처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돈봉투 사건 당시엔 전달자 측인 박희태 당시 의원 등만 기소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가 최종적으로 송 전 대표까지 가기에는 난관이 존재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인지 사실과 돈 살포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선 강 회장과 윤 의원 등이 진술해야 하는데, 이들의 적극 협조를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중간 단계를 다져가야 한다”며 “아직 송 전 대표는 수혜자 성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앞서 노웅래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수사 중에 발견된 증거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며 “수사에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 “검찰이 녹취 파일을 언론에 흘렸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이 검찰이 제공한 것이 아닌데도 검찰에서 유출된 것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온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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