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철에 "억울" 호소…하차 뒤 버스 깔린 만취 승객 쟁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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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7시쯤 부산 기장군 철마면 교촌리 한 버스정류장에서 50대 승객이 하차했다. 사진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달리는 시내버스에 깔려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버스에서 내린 이 남성이 인도를 걷던 중 갑자기 차도 쪽으로 쓰러지면서 발생한 사고다. 해당 버스 기사가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고 영상을 공개하며 “운행 주의 의무를 다했는데 처벌을 받게 될까 봐 두렵다”고 호소하면서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관심을 끈다.

인도서 비틀대던 승객, 출발 버스 아래로 쓰러져

18일 부산 기장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4일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에서 일어났다. 오후 7시쯤 A씨(40대)가 몰던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서자 승객 B씨(50대)가 내렸다. A씨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인도를 걸어가던 B씨가 갑자기 비틀거리더니 차도 쪽으로 넘어졌다.

지난 4일 오후 7시쯤 부산 기장군 철마면 교촌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 50대 승객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이 사고로 B씨는 오른팔이 버스 뒷바퀴에 깔려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A씨만 한 차례 경찰에 출석해 사고 당시 버스 안팎 상황이 기록된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했다. B씨 진단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으며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입건 전 내사 단계”라며 “A씨가 제출한 것 이외에 사고 상황이 기록된 다른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무조건 A씨를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청과도 협의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버스 기사 “억울하고 무섭다” 항변 왜?

A씨는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제보했다.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교통사고 관련 영상을 분석해 과실 여부를 따지고, 영상 제보자에게 법적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스 기사 준수사항을 실천했는데 결과적으로 B씨가 다치게 돼 처벌 등 책임을 지게 될까 봐 두렵다는 게 A씨 주장이다. 그는 “술에 취한 B씨가 하차해 인도로 걸어가는 것을 확인한 뒤 출발했다”며 “버스를 출발할 때 사이드미러를 통해 뒤에서 급히 달려오는 사람이 없는지 늘 살핀다. 그래서 B씨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곧장 버스를 멈출 수 있었지만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다. 이어 “제가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는 상황인지, 혹시 무혐의가 될 수는 없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영상을 분석한 한 변호사는 “운전자인 A씨로서는 예상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사고로 보인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길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유사한 취객 사망사고 때 운전자 ‘기소유예’ 처분

2년여 전에도 부산에서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2021년 1월 5일 오후 10시쯤 부산 금정구 남산동의 편도 1차선 도로에서 70대 C씨가 몰던 택시에 50대 남성이 깔려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C씨는 손님을 태운 채 목적지에 도착했고, 손님으로부터 신용카드를 건네받기 위해 뒷좌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난 4일 오후 7시쯤 부산 기장군 철마면 교촌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50대 승객이 차도 쪽으로 쓰러져 버스 뒷바퀴에 오른팔이 깔렸다. 사진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이때 술에 취한 남성이 C씨 택시 앞에 쓰러졌다. 남성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출발한 C씨 택시에 깔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C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송치됐지만, 검찰은 고의성이 없고 과실 정도가 낮다고 봐 C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사람을 숨지게 해 범죄 행위에는 해당하지만,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호철 법무법인 다율 대표변호사는 “A씨 사건 또한 과실 여부가 처분을 결정하는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차를 확인하는 등 운행 중 의무를 지킨 장면이 나오는 영상을 경찰에 제출한 것은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치상 등 혐의로 처벌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