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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상륙 저지' 하푼 400발 산 대만…"미·중 핵전쟁 갈수도"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만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상륙작전 등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산 ‘하푼’ 지대함 순항미사일 400발을 사실상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을 경유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캐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만남 이후 대만 주변에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ㆍ중 갈등을 키우는 또 다른 불씨가 등장한 모습이다.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지대함 '하푼'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미 해군뉴스 홈페이지 캡처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지대함 '하푼'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미 해군뉴스 홈페이지 캡처

17일 블룸버그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이 잠재적인 중국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지상 발사 하푼 미사일 구매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과거 대만은 함대함(함정)ㆍ공대함(전투기)ㆍ잠대함(잠수함) 하푼 미사일을 도입한 적은 있지만, 지대함 하푼을 구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지난 7일 미 국방부가 공개한 계약서상에는 구매자가 대만으로 명시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미 해군 항공체계사령부(NAVAIR)가 제조사인 보잉과 17억 달러(약 2조 2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돼 있지만, 실질적인 계약자는 대만”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일단 미 해군이 대리 계약을 한 셈이다.

마틴 메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관련 질의에 “우리는 적시에 대만 방위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업계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 간) 대외군사판매(FMS)와 직접 상업 거래를 통한 기존 역량 유지 등 미국의 대만에 대한 방위 물자 제공은 대만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 의회가 2020년 대만에 대한 지대함 하푼 판매를 승인했으나, 중국의 반발과 미국 내 생산 능력 등으로 인해 구매 계약은 지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이 항공모함 전단 등을 동원해 대만을 에워싼 대규모 육ㆍ해ㆍ공 연합훈련을 감행하는 등 위협 수위를 급격히 올리자 미국도 무기 판매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대만 공군 병사들이 지난해 8월 17일 화롄 공군기지에서 열린 훈련에서 F-16V 전투기 앞에서 하푼 공대함 미사일을 장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 공군 병사들이 지난해 8월 17일 화롄 공군기지에서 열린 훈련에서 F-16V 전투기 앞에서 하푼 공대함 미사일을 장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 간 회동에 동석했던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ㆍ중 전략경쟁 특위 위원장(공화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하푼 미사일을 대만에 우선 배치할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고 운을 띄웠다. 이같은 발언 직후 실제 구매 계약이 진행된 셈이다.

실제 배치는 일러도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생산 속도나 밀린 주문 등을 고려할 때 2027년 이후에나 인도가 완료될 것(마크 몽고메리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만이 도입하는 지대함 하푼은 ‘블록Ⅱ’ 급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으로 얼마나 개량된 형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 지대함 하푼의 사거리는 약 120㎞ 정도인데, 최신형 하푼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약 280㎞에 이른다. 이 경우 대만에서 약 160㎞ 떨어진 중국의 해안 배치 전력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

지난 9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 주변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항공모함인 산둥함에서 J-15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9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만 주변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동안 항공모함인 산둥함에서 J-15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대만은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지대함 하푼을 운용하는 만큼 기동성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신속한 이동 배치로 중국의 상륙작전 병력을 저지하는데 최적화된 무기체계란 뜻이다. 이를 위해 1대당 미사일 4발을 탑재할 수 있는 ‘하푼 해안 방어 시스템(HCDS)’ 100대를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전에서 검증받은 미국의 주력 대함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중국 입장에선 항모전단은 물론 상륙전력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매파조차 핵전쟁 주의 안 해" 

이런 가운데 대만을 놓고 미ㆍ중 간 예기치 못한 군사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17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미ㆍ중 경쟁의 실존적 위험은 핵전쟁’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양측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핵 확전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매파 정치인들조차 핵전쟁 가능성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배제한 건 지나치게 순진한 전망”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이 핵무기를 증강하는 것은 대만 침공 실패 시 중국공산당의 권력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 본토의 군사기지를 공격할 경우, 중국은 전술핵무기 등으로 일본ㆍ한국ㆍ필리핀ㆍ괌ㆍ하와이는 물론 미 서부 해안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마디로 대만 유사사태가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런 만큼 “미국 내 대중국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대만 독립’ 인정과 같은 불필요한 도발을 자제하고, 중국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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