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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로템과 우진·탈고 컨소시엄...SR 고속철 놓고 맞대결

중앙일보

입력

현대로템이 제작해 출고한 EMU-320 고속열차. 연합뉴스

현대로템이 제작해 출고한 EMU-320 고속열차. 연합뉴스

 수서고속철도(SR)가 발주한 고속열차와 정비사업 등 1조원대 입찰에 우진산전이 스페인의 고속철 제작사인 탈고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뛰어들었다. 이로써 현대로템이 사실상 독점해온 국내 고속철 시장에서 17년 만에 제대로 된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18일 SR에 따르면 우진·탈고 컨소시엄은 재입찰 마감일인 이날 입찰서류를 제출했다. 앞서 최초 입찰에선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만 참가한 탓에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SR은 재입찰을 실시했다. 기술 평가와 입찰 가격 확인 등을 거쳐 이르면 21일 오후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SR은 이번에 동력분산식 고속열차인 EMU-320 14편성(112량)과 차량 정비를 한데 묶어서 입찰공고를 냈다. 차량 구매가격과 정비 비용은 각각 5255억원과 4750억원으로 모두 1조원 규모다. 열차 도입 시기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동력분산식 열차는 기관차가 뒤에 연결된 객차를 끌고 가는 방식(동력집중식)과 달리 각 객차 밑에 모터를 분산 배치해 달리기 때문에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다. 현재 운영 중인 KTX와 KTX-산천이 동력집중식이며, 중앙선과 강릉선 등을 달리는 KTX-이음이 동력분산식이다.

우진산전 로고. [출처 우진산전 홈페이지]

우진산전 로고. [출처 우진산전 홈페이지]

 고속열차와 차량 정비를 한데 묶어서 발주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SR은 지난해 7월과 12월에 발생한 대전조차장역 탈선사고와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및 차량 고장 사고를 계기로 독자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코레일에 차량 정비를 맡기고 있다.

 국내 고속철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이뤄진 건 지난 2005년 KTX-산천 입찰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현대로템이 프랑스의 알스톰을 제치고 고속철 납품권을 따냈다. 그러나 이후 고속철 입찰에서는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현대로템의 독점이 이어져 왔다.

탈고가 제작한 고속열차. [출처 위키백과]

탈고가 제작한 고속열차. [출처 위키백과]

 이 때문에 코레일 등 고속철 운영기관에선 차량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진산전이 지난해 탈고와 손잡고 고속철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경쟁 구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있었던 코레일의 7000억원대 규모 고속철 입찰에는 우진산전이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 기술평가에서 탈락하면서 논란이 됐다. 우진산전은 고속철 제작 경험이 전무하다. 당시에는 탈고와 차량 가격 등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진산전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 코레일 입찰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탈고와 제대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며 “현대로템과 경쟁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고 역시 동력분산식 열차를 만든 경험은 없지만, 유사물품인 시속 320㎞ 이상의 동력집중식 열차는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평가에서 코레일 입찰 때처럼 탈락하지는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가격 경쟁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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