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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대 마약조사 시급하다며…2년뒤 하겠다는 정부 왜

중앙일보

입력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마약음료가 놓여 있다. 뉴스1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범행도구로 사용된 마약음료가 놓여 있다. 뉴스1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자 정부가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도입키로 했다. 다만 실제 조사는 용역연구 등을 거쳐 2025년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국내 첫 청소년 마약 실태조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류 실태조사를 위한 용역 연구에 착수했다.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이하 센터)는 지난달 20일 홈페이지에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설계 및 시범조사 연구용역 공고’를 올렸다. 센터 측은 공고에서 “최근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해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을 위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는 연구 목적을 밝혔다. 또 제안요청서를 통해 “청소년의 마약류 사용실태, 접근 환경, 인식 등 전반적인 청소년 마약실태조사를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달 올린 공고의 제안요청서에 포함된 내용.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달 올린 공고의 제안요청서에 포함된 내용.

이는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때 “10~20대 마약사범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심도 있는 실태조사가 전혀 없다”(서정숙 국민의힘 의원)는 지적 등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만에 4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26년 마약류 실태조사가 예정돼있는데, 이와 별도로 청소년 대상 실태조사를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5년마다 해야 한다. 이 조사는 만 19세 이상 마약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만 18세 이하 청소년 마약 투약 실태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장 최근에 이뤄진 ‘2021년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지난해 10월 발표)에서도 만 18세 이하 청소년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10대 청소년은 마약 주 사용층이 아니어서 그간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처 간 협의 문제로…”

14일 오후 대구 능인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청소년 대상 마약 등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마약나뽀(NOT! FOUR) 프로젝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마약 주의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14일 오후 대구 능인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청소년 대상 마약 등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마약나뽀(NOT! FOUR) 프로젝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마약 주의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센터 측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류 실태조사는 일반군, 고위험군(학교 밖 청소년 및 소년원 수감자), 마약사범으로 세 집단으로 대상을 나눠 실시될 예정이다. 공고와 선정 평가를 거쳐 현재 응모 기관과 계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 결과는 2025년쯤 나올 것이라고 센터 측은 예상한다. 센터 관계자는 “내년 예산 작업에 들어가 빠르면 내후년(2025년)쯤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가 청소년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마약을 어떻게 접하고 인식하는지 등에 대한 실태 조사는 2년 뒤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위기 상황인데 정부가 대처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터 관계자는 “(그런 지적에 따라) 올해 국감 전까지 최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마약류 온라인 시범조사를 시행해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청소년 최소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시범조사가 대표성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는 “10대 관련 마약 조사는 통합된 게 없어 정보가 산만하고 숨어있는 숫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서 퍼즐이 다 들어맞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약 정책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는 “2021년에 마약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10대가 있을 정도였다"라며 "10대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장 실태조사가 어렵다면 대안으로 “교육부 학생 건강행태조사 때 관련 문항을 넣고, 10대 마약사범에 대한 검ㆍ경 조사 때 청소년들이 언제 어떻게 무슨 약을 어떤 상황에서 접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별도로 진행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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