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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도우려면 관광 와달라” 강릉 횟집 사장의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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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강릉시 경포 일원 산림 등이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중앙포토]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강릉시 경포 일원 산림 등이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중앙포토]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산불이 발생 뒤 첫 휴일인 16일 경포호 일원은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 한산했다. 잿더미로 변한 주택과 산림, 펜션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객이 북적이는 경포 해변 주변은 웃음소리와 환호가 사라졌다. 대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자리를 떠나는 이들의 발길만 이어졌다.

장모(40·여)씨는 “경포 해변 주변은 늘 밝고 활기찬 곳이었는데 시커멓게 탄 소나무와 가라앉은 분위기를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불로 펜션 등 숙박업소가 사라지면서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경포호 일원은 숙박시설 71곳이 소실됐고 15곳은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를 겨우 피한 숙박시설도 연기가 내부로 스며들어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형호텔 객실 예약률이 평소보다 20%가량 줄어들고 펜션 등에선 예약 취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경포 해변의 한 호텔은 예약 객실의 41%, 15일엔 27%가 취소됐다. 인근 리조트도 지난 주말에만 예약한 객실 20%가 취소되는 등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강릉선 KTX 이용현황을 보면 산불 전후 주말을 비교한 결과 지난 7~9일 3만1076명에서 14~16일 2만7431명으로 3645명(11.7%)이 감소했다.

음식점들도 예약 취소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강릉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61)씨는 이달 말까지 600여 명분을 예약받았지만, 산불로 모두 취소됐다. 손님들이 “불이 난 곳에서 관광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최씨는 “강릉은 준성수기인 4~5월에도 해변과 송림을 보러오는 관광객이 북적였지만, 산불로 여행을 취소하는 분이 많다”며 “반대로 산불 피해 지역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강릉을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시도 산불 여파로 관광산업 침체가 우려되자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응원 캠페인을 전개한다. ‘산불 피해지역 강릉, 관광이 최고의 자원봉사입니다’란 캠페인 문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게시해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강원도와 강릉시는 지난 13일 강릉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13~16일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내나라 여행박람회’에 참가, 강릉관광을 홍보했다.

이석제 강릉시 관광마케팅 담당은 “강릉은 관광이 제1 산업일 만큼 관광객 소비가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선교장과 오죽헌·경포대·경포 해변으로 이어진 산불 피해 지역을 신속하게 복구해 관광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공문을 보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주최 행사를 강릉에서 열 수 있도록 요청했다. 원주 혁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공공기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한 민간기업에도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연계해 강릉 관광 특별기획전도 진행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관광과 지역 방문이 산불로 신음하는 강릉을 돕는 최고의 자원봉사”라며 “피해수습과 함께 관광 촉진 캠페인을 이어가는 등 손님맞이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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