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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출문건 대부분 진짜, 그렇다고 이혼하진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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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글렌 거스텔

글렌 거스텔

“남편과 아내가 다투다가도 장기적 이해관계가 크다는 걸 알고 화해하게 돼요. 지금 동맹국 간에 불편한 순간이지만 이혼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최고법률고문을 지낸 글렌 거스텔(사진)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 등 동맹에 대한 미국의 도청 의혹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 것 같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14일(현지시간)은 기밀 문건 유출범으로 21세의 메사추세츠 주방위군 잭 테세이라가 체포된 이튿날이었다.

거스텔은 이번 사건은 적국이나 언론사에 문건을 보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한 게 아니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재미로 저질러졌단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거스텔은 “문건 대부분이 적법하게 작성된 진짜”라고 말했다.

10년 전 미국 전직 정보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의 동맹 도·감청 사실이 드러났을 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스텔은 내다봤다.

과거 사건 때만큼 심각한 유출인가.
“그렇진 않다. 그러나 문서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러시아 등에 정보가 어디서 나온 건지 단서를 줄까 걱정된다. 미국이 동맹과 우방을 염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문제다.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맞서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재를 뿌리는 일이다.”
2013년 도·감청 의혹 제기 때처럼 미국 대통령이 동맹에 사과할까.
“2013년 이후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충격이 컸지만, 오히려 스노든의 폭로로 정보기관들이 서로를 감시하는 게 사실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남편과 아내가 다투다가도 장기적 이해관계가 크다는 걸 알고 화해하게 된다. (미국의) 전 세계 동맹과 우방도 장기적인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정보 유출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에 대해선 미국의 초당적 지지가 있다. 6개월 뒤면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될 거라고 본다.”
이런 범죄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나.
“굳이 답하자면 그렇다. 불법 마약이나 아동 포르노, 기밀문서 등이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 대화방은 다른 사람이 들여다볼 수 없다. 정부 역시 수정헌법 4조에 따라 개인 계정을 감시하는 게 금지돼 있다. 그게 우리가 가진 가치다. 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지불하는 대가로 이런 사례는 또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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