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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1년반 만에 최저…주담대 다시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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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레이스가 시작된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다, ‘이자 장사’ 비판에 은행이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선 때문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 정도다.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는 2021년 9월 말(3.220%)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건 2021년 8월이다. 대출금리가 사실상 통화 긴축 시작 지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주요 대출금리의 하락 폭은 지표금리(대출·예금금리를 결정할 때 지표가 되는 시장 금리) 하락 폭보다 컸다. 한 달 보름 전인 3월 3일과 비교하면 주담대 하단금리는 0.770%포인트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 낙폭인 0.619%포인트(4.478%→3.859%)보다 0.151%포인트 컸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연 4.680~6.060%)도 0.740%포인트 낮아졌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하락 폭(0.411%포인트)의 거의 두 배였다.

이는 시중은행이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비판에 0.3%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 인하에 나선 영향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하나·국민·신한·우리은행을 차례대로 방문했고, 그때마다 각 은행은 ‘선물 보따리’처럼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내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초 연 8%에 달했던 대출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위축됐던 주담대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800조8000억원)은 2월 말보다 2조3000억원 증가했다. 2월 은행권 주담대는 전월 대비 3000억원 줄어 2014년 1월(-3000억원) 이후 9년1개월 만에 뒷걸음쳤는데,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특히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이 2조3000억원 줄었지만, 일반 주담대가 4조6000억원가량 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 전환했다. 한은은 “전세자금 수요 감소가 지속됐으나 아파트 매매 증가, 특례보금자리론 실행 등 여러 영향으로 주담대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생애 첫 주택 매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20대 이하와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31.96%로, 2021년 1월(33.0%)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대였다. 일각에선 대출금리 하향세를 틈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는 사람)’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시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과도하다”고 경고했지만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국의 인위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와 엇박자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보느라 은행이 대출금리를 자꾸 내리면 유동성이 늘어나 결국 물가를 잡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간 차이)는 은행 산업의 과점적 요소도 있어 정부가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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