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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OECD 자살률 1위 탈출” 2년 마다 정신 건진, 자살유가족 지원 확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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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정부가 5년 내 자살률 30% 감소를 목표로 현재 10년인 정신건강검진의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검사 질환도 우울증 외에 조현병, 조울증 등으로 확대한다. 검진 결과 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조기에 진단, 치료하는 체계를 만든다. 전국 17개 시ㆍ도에 생명존중안심마을을 만들어 지역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자살 시도자ㆍ유가족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비를 지원한다.

정부는 14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2021년 인구 10만명 당 26명인 자살자 수를  2027년까지 18.2명까지 30% 줄인다는 목표다.
한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한 총리는 “2021년에만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000여명에 달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며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제1책무이며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자살은 반드시 막아야 하고 막을 수 있는 사고”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국가와 사회 전체가 자살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자살 시도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36%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차 기본계획(2018~2022년)에서 자살률을 2017년 24.3명에서 2022년 17명으로 대폭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자살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기본 계획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자살률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사회 생명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먼저 정신건강 검진의 빈도와 범위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국내 자살자에 대한 분석 결과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은 정신적 문제(39.8%)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20~70대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이뤄지는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해 신체건강검진주기와 동일하게 2년마다 실시한다. 검사질환은 우울증 외에도 조현병ㆍ조울증 등으로 확대한다. 검진 결과 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정신건강의학과 등으로 연계해 조기에 진단,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두리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현재 국가건강검진 검사항목과 관련한 타당성 분석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빠르면 2025년부터 청년층(20세~34세)에 우선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며, 연령층을 단계별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17개 시ㆍ도에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해 지역특성에 따른 맞춤형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이번 기본계획에 담겼다. 청소년이 많은 신도시, 노인이 많은 농촌에서는 ‘학생 마음건강 마을 또는 어르신 마음건강 마을’, 주거 환경에 따라 아파트 지역은 ‘생명사랑 아파트’ 등으로 운영된다.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계시키는 생명지킴이를 양성하고 주민 동아리를 구성하여 생명존중 캠페인, 유해환경 개선 등 자살예방활동을 하게 된다.

자살 유발정보 모니터링을 위한 전담조직도 강화된다. 자살동반자 모집, 구체적인 자살방법을 알려주는 사진이나 글 등 자살유발정보는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모니터링 하고 있으나, 실시간 대응이 어렵고 게시글 삭제요청 외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전담인력과 조직을 갖춰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신고ㆍ긴급구조ㆍ수사 의뢰까지 즉각 대응할 계획이다.

재난 발생 이후 자살 사망ㆍ시도 위기대응체계 가동을 위해 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트라우마센터는 초기 트라우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자살위험성을 평가한다. 자살 고위험군은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에서 2년간 분기별 모니터링을 실시해 밀착 관리한다.
일반인 대비 자살위험이 높은 자살시도자ㆍ유족의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로 연계해 상담ㆍ치료 지원ㆍ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일상 회복을 돕는다. 올해부터 자살시도자ㆍ유족 등 고위험군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을 시작한다. 자살시도로 발생한 신체 손상에 따른 치료비, 정신과 치료비, 심리상담비 등이다. 자살 유족은 정신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법률적, 경제적 문제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어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자살 유족은 일반인과 비교하면 자살위험이 남성 8.3배, 여성 9.0배로 분석될만큼 자살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 사고 발생 직후 유족 전담 직원이 현장출동하고, 초기대응부터 심리지원, 법률, 일시주거, 사후 행정처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를 현재 9개 시ㆍ도에서 전국 17개 시ㆍ도로 확대키로 했다.

신속하게 자살 현황을 파악하고 지역 주도로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지역(읍ㆍ면ㆍ동)내 자살사고 급증시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살실태를 신속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통계청의 지역 자살사망자 정보를 받기까지 약 1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앞으로는 자살예방법 개정으로 경찰청으로부터 자살사망자 형사사법정보를 제공받아 자살이 급증하는 지역에 신속하게 알림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맞춤형 자살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지역 내 자살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한다.

경제 위기를 겪는 집단의 경우 경제문제가 자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복지멤버십 제도 등 복지 전달체계와 연계해 정신건강ㆍ자살예방 서비스를 적극 안내하고 위험군은 조기 발굴ㆍ개입한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예방센터)와 금융서비스 제공기관(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간 연계를 강화해 경제문제를 겪는 대상자가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접근한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예방 주무부처는 복지부로 돼 있으나, 자살예방은 전 부처가 나서야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2006년 총리실 산하에 자살대책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자살률을 37% 줄였다”라며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시켜 강력하게 자살예방정책을 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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