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적립식 펀드, 철강 펀드 등에 뭉칫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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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증시가 1400선을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가 나타나고 있지만 고수익이 기대되는 일부 상품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불안한 상승세를 보이는데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신종 고수익 상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신종 고수익 상품에 돈 몰려=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한국투자증권이 출시한 '월드와이드 베트남 적립식 펀드'는 판매 5일만인 20일까지 520억 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이에 따라 한국증권은 21일부터 가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기당 투자금액을 1500만 원으로 제한하고, 펀드 설정일도 앞당기기로 했다. 이 상품은 베트남 증시에 투자하는 첫 번째 적립식 펀드다.

최근 고승덕 변호사가 투자자문사 설립후 처음으로 내놓은 주식형 신탁상품도 판매 8일 만에 560억 원어치가 팔리며 조기마감됐다. 이 상품은 기존 펀드와 달리 투자대상이나 편입 비중 등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 투자 비중을 0%까지 조절할 수 있다. 9월 출시됐던 도이치운용의 '아시아 공모주 펀드'도 중국공상은행 IPO(기업공개) 열풍 속에 2개월 만에 3500억 원의 자금이 몰려 추가 판매를 중단했다.

◆시중 자금 단기 부동화 현상=이처럼 신종 고수익 상품에 돈이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이 마땅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MMF(머니마켓펀드) 수탁액이 늘어나고 펀드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하는 등 증시 주변 자금도 부동화 조짐이 뚜렷하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16일 기준)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입(재투자분 제외) 규모는 하루 평균 130억 원에 머무르고 있다.

9월 하루 평균 600억원, 10월 300억원 선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주식혼합형 펀드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설정액이 2290억 원이나 감소하는 등 자금 유출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면 7월 익일환매제 시행 이후 9월 51조3000억 원까지 줄었던 MMF 잔액은 20일 현재 55조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한국펀드평가 김휘곤 팀장은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펀드 대신 고수익 특판 상품에 돈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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