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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한의 입, 이경우 부부의 눈물…납치·살인 수사의 변곡점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수서경찰서가 13일 강남 납치·살인 사건에 가담한 혐의(강도살인)로 유상원(51·구속)·황은희(49·구속) 부부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당초 부부가 사건의 배후라고 판단해 강도살인 교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이들을 공동정범이라 판단해 강도살인으로 죄명을 바꿨다.

경찰은 자신이 일하던 성형외과에서 범행에 쓰인 마취제를 빼돌린 혐의(강도살인 방조,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주범 이경우(36·구속)의 부인 A씨도 이날 불구속 송치했다. 이로써 지난달 29일 일어난 서울 역삼동 납치·살인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보름 만에 피의자 7명(구속 6명, 불구속 1명)을 검찰에 넘기며 사실상 일단락됐다.

증거·진술 죄어오자 범행 실토…황대한의 입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15일에 걸친 경찰 수사는 여러 차례 변곡점을 맞았다. 1차 변곡점은 실행범 황대한(36·구속)의 자백이었다. 황대한은 지난달 31일 함께 붙잡힌 연지호(30·구속)와 달리 수사 초반 진술을 거부했다. “저항이 심해 기절시키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사망해 있었다”며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이경우가 공범인지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했다.

하지만 경찰의 압박 끝에 황대한이 지난 2일쯤 입장을 바꾸며 수사는 급진전됐다. “죽여야 한다. 연장도 미리 준비하라”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수천억대 자산가다. 살해 후 비서 같은 역할을 하며 폼나게 살 수 있다” 등 이경우가 자신에게 했다는 말을 털어놓으며,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황대한의 진술을 기반으로 경찰은 코인 투자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온 유상원·황은희 부부를 출국금지하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특히 남편 유상원과 주범 이경우가 범행 직후 두 차례 위치추적을 통해 만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지난 5일 용인에서 유상원을 체포했다.

아내와 눈물 면회 후 자수한 이경우…황은희 체포 계기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왼쪽 사진)과 황은희가 1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왼쪽 사진)과 황은희가 1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경우의 입장 변화도 결정적 장면이었다. 체포 후 일주일간 범행을 부인하던 이경우는 지난 7일 부인 A씨와의 면회 이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그간 황은희로 부터 ‘멍청한 짓 하지 말라. 휴대전화를 부수라’며 협박·미행을 당해왔다”고 이경우에게 알렸다. 그러자 이경우는 “나 때문에 고생시킨다”며 자백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이경우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유상원·황은희에게 납치·살해 계획을 제안하고, 동의를 받은 뒤 범행자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받았다. 범행 과정에서도 유상원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의 코인 계좌 등을 확인하려고 했다”며 범행 과정 전반에 대해 진술했다. 결국 이경우와 직접 접촉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황은희도 지난 8일 오전 용인 자택에서 체포됐다.

유상원은 13일 ‘이경우가 범행을 제안했나. 7000만원을 건넨 것이 맞냐’ 등의 질문에 “억울하다”라고 답했다. 황은희는 별다른 입장을 말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랐다. 한편, 경찰은 유상원·황은희 부부와 주범 이경우, 실행범 황대한·연지호 등이 납치·살인 피해자의 남편에 대해서도 살해를 모의한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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