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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벌금, 주진우 무죄…'2012년 나꼼수 선거법 재판' 확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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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방송인 김어준씨와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김어준씨에게 벌금 30만원,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기소 당시 검찰은 이들이 각각 딴지일보 발행인, 시사인 사회팀장이라는 언론인 신분에서 선거운동을 한 점 등을 문제 삼았는데,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 위헌 결정 등이 나오면서 이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줬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검찰과 김씨의 항소를 기각해 2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2년 4월 초 서울광장 등에서 ‘나꼼수 토크콘서트’, ‘나꼼수 삼두노출대번개’ 등의 집회를 열어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 당선 운동을 하는 한편 새누리당 후보들에 대한 낙선 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김 후보는 이들과 함께 모바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려 출마했는데, 과거 막말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던 때였다. 2004년 인터넷 방송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을 성폭행하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드러나면서다.

김씨와 주 전 기자는 김 후보에 대한 비판 국면에 직면하자 “김용민이 지난 4년 동안 나라를 망쳤나요? 김용민이 대통령이었어요? 4대강을 팠어요?” 등 공개적 지지 발언을 했다. 당시 시행되던 공선법에 따르면 ▶언론인 신분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연설·대담이 아닌데도 확성기를 쓰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은 개최할 수 없었다.

1심 도중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 조항 위헌 결정…벌금 90만원 

2012년 9월 기소된 두 사람은 1심 재판부에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해 12월 이 신청을 받아들인 재판부는 재판을 잠시 멈추고 해당 조항을 헌재에 보냈고, 헌재는 4년 뒤인 2016년 6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1심 재판부는 2018년 2월 두 사람에게 각각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언론인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없게 됐다고 하더라도, 집회를 개최하고 확성기를 무단으로 쓴 점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찬조연설이었다" 주장에 2심서 무죄로…'집회 금지 조항'도 위헌 결정

지난 1월 2심 재판부는 확성기 사용에 대한 혐의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 김씨의 벌금액을 30만원으로 줄이고, 주 전 기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캠프에서 연설·대담·토론용으로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는데(91조 1항), 이들이 “캠프가 제공한 확성기를 받아 ‘찬조연설’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후보자 요청을 받고 유세에 나섰을 가능성이 다분하고 ▶당시 대중들도 나꼼수 토크콘서트가 후보 유세 일환으로 열렸을 것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다만 김씨가 2012년 4월 7일 ‘2012총선유권자네트워크’가 주최한 ‘개념찬콘서트’에 가서 발언한 것은 후보자가 찬조 연설자로 지정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와 주 전 기자는 재판 과정에서 “언론인으로서 선거 판세를 분석하고 평가해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 언론인의 일상적 업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도중 나온 또 다른 헌재 결정이 판결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헌재가 집회 개최를 금지한 공선법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다. 두 사람은 1심 재판부에 이 조항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는데, 곧바로 별도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집회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2012년 검찰이 기소하면서 근거로 든 세 개의 조항 중 두 개의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됐고, 김 씨가 법을 어기고 확성기를 사용한 집회 하나에 대해서만 일부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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