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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화 무간도와 남욱 얘기했다"…박영수 우리銀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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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김만배(58)씨로부터 200억 상당의 상가·주택을 받기로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가 최근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 참여를 검토했던 2014~2015년 실무 책임자였던 이들이다. 박 전 특검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검토하는 검찰에겐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 참여·불참을 논의하고 여신의향서를 제출한 일련의 과정에서 박 전 특검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관심사다.

검찰은 우리은행 관계자들이 은행 이사회 의장인 박 전 특검의 소개로 2014년 10월말부터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 박 전 특검의 측근으로 알려진 양재식 전 특검보 등과 2~3차례 회의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고심을 거듭하던 우리은행은 마감을 엿새 앞둔 2015년 3월20일 불참 의사를 최종 통보하고, 지분참여 대신 PF대출에는 참여하겠다는 여신의향서(LOI)만 3일 뒤 제출했다.

우리銀 “비정상 사업익” 대장동 공모 엿새전 나가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017년 3월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결과와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017년 3월 6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수사결과와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은행 측이 합리적인 판단 하에 불참을 결정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소명했다고 한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당시 우리은행 내부 문건을 보면, 우리은행은 총 5가지 이유를 들며 대장동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문건에는 “금융기관은 모두 (확정 이익만 취하는) 우선주로 투자하는 반면, 시행사(천화동인)만 보통주로 투자해 사업이익의 대부분을 취한다”“시행사가 투자금 대비 비정상적인 사업이익을 향유하도록 금융기관들이 사업 전면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했다는 비판(평판 리스크)을 피할 수 없다”는 등의 검토 결과가 담겼다. 검찰은 대장동 택지배당금 5917억 중 3478억을 천화동인 1~7호가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문건에는 ▶주관사인 하나은행 측이 보낸 사업설명서(IM)상에 공식적인 투자 조건이 없고 공모 일주일 전까지 이에 관한 회신이 오지 않은 점 ▶외부사업성 검토자료가 없어 객관성 있는 사업성 검증이 불가능한 점 ▶투자심의 전 사업신청자료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하는데 초안도 없다는 점 등도 부정적 판단의 근거로 열거돼 있다. 천화동인이 사업협약 이행보증금 100억원을 모두 부담키로 했는데, 애초 이 회사가 이 같은 금액을 동원할 역량이 있는지와 누군가 100억원을 대납했다 하더라도 사업이 좌초됐을 경우 시행사가 소송을 내면 은행이 불리하게 될 수 있다는 의구심과 불안요인도 해당 문건에 기재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마련한 회의서 “무간도”…檢, 알선 정황 포착

 그러나 검찰은 2015년 3월 우리은행 ‘불참 판단’에 앞서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과 대장동 사업자들 간 자리를 주선했다는 2014년 10월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당시 박 전 특검의 주선으로 마련된 회의·식사 자리에 이뤄진 대화에 관한 구체적 진술을 검찰이 확보해서다.한 사건 관계자는 “2014년 11월 초 서초동 중국집에서 우리은행 관계자, 대장동 사업자들 간 저녁 자리가 있었고 길에서 영화 ‘무간도’ 이야기를 나눴었다”며 “당시 정민용 변호사와 남욱 변호사의 인연에 관해서도 한참 얘기했다”고 말했다.

‘무간도’는 범죄조직인 삼합회와 경찰이 서로 심어놓은 이중 스파이의 삶에 관한 영화로, 남 변호사의 친구인 정 변호사가 공모 주체인 성남도공의 팀장으로 들어간 점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사업자들이 성남도공과 어느 정도 접점이 있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사업자들은 우리은행에 측에 “박 전 특검이 얘기해주시면 (참여 결정에) 도움이 되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회의가 벌어진 장소는 빅 전 특검의 사무실로 특정된 상태다. 박 전 특검의 영향력에 의해 우리은행 측과 대장동 일당 사이에 모종의 신뢰관계가 형성됐다는 의심을 일으키는 대목이다.

“여신의향서는 통상적”…박영수 지시 찾는 檢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대장동 '50억클럽' 의혹과 관련,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식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 우리은행 등을 압수수색했다. 양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자와 은행권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로 검찰은 양 변호사를 박 전 특검과 공범으로 보고 있다. 뉴스1.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대장동 '50억클럽' 의혹과 관련,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식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 우리은행 등을 압수수색했다. 양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자와 은행권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당사자로 검찰은 양 변호사를 박 전 특검과 공범으로 보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이 외에 우리은행이 대출의향서를 제출한 데에도 박 전 특검의 지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지난달 30일과 7일 우리은행 압수수색에서 나온 문서·이메일의 대부분은 실무 단계에서의 논의를 담은 2015년 2월 이후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27일은 성남의뜰 주관사인 하나은행이 IBK기업·KB국민·우리은행과 회의를 갖고 투자요청서를 처음으로 준 때다. 이 때문에 검찰은 향후 소환 조사에서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중심으로 수사를 해나갈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여신의향서는 사업 인·허가가 떨어질 경우를 가정해 대출을 해주겠다는 통상의 의사표시인 경우가 많다”며 “실제 우리은행이 PF대출을 실행하지 않은 만큼 압수물 분석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은행이 대주단에 포함된 채로 2015년 3월27일 성남의뜰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며 “수재 혐의의 기본 구도가 틀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검찰은 또다른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자들이 공모를 준비하던 시기 주관사인 하나은행이 성남의뜰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막아주고 아들인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세후 25억여원) 상당의 퇴직금·성과급을 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은 성남의뜰과 경쟁한 산업은행 컨소시엄 측에서 하나은행을 빼가려고 했던 정황을 추가로 발견하고 산은 컨소시엄 소속이었던 부국증권, 호반건설 등을 11일 압수수색했다. 부국증권은 박 전 특검이 성남의뜰로부터 참여를 배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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