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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영정 들고 졸업식 간 엄마…"교사가 '저건 또 뭐야'라더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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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인 고(故) 박주원 양이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이기철 씨. 이씨는 2018년 딸이 다녔던 A 고등학교의 졸업식에 상복을 입고 영정 사진을 든 채 참석했다. 사진 이기철 씨 페이스북 캡처

딸인 고(故) 박주원 양이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이기철 씨. 이씨는 2018년 딸이 다녔던 A 고등학교의 졸업식에 상복을 입고 영정 사진을 든 채 참석했다. 사진 이기철 씨 페이스북 캡처

최근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불출석한 탓에 패소해 논란이 된 고(故) 박주원 양 학교폭력 피해 주장 사건과 관련, 박주원 양의 어머니가 과거 딸의 영정을 들고 고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냉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혼이 참석했던 A 고등학교 졸업식'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씨는 딸 주원 양이 A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5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딸이 사망한 지 3년이 지난 2018년 딸이 다녔던 A 고교의 졸업식에 상복 차림으로 주원 양의 영정을 들고 참석했다.

이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시 학교의 한 부장교사가 자신에게 다가와 "어떻게 오셨냐. 어머니가 원하시는 게 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씨는 자신이 졸업식에서 발언하고 싶다고 하면서 "학교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부장교사는 "그건 뭐…"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복 차림으로 영정을 든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뜨악함 그 자체였고 수군거리기도 했다"며 "한 명의 여교사는 영정사진을 쳐다보며 '저건 또 뭐야'라고 했다"고 썼다.

이씨는 졸업식 폐회 선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발언 기회를 잡았다고 한다. 이씨는 "격앙되지 않은 톤으로 단상 아래 졸업생과 학부모들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날 졸업식에서 단상 위에 올라가 "주원이는 학교폭력, A 고등학교 왕따 사건으로 시달리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라고 주장하면서 "A 고등학교는 주원이가 당한 것에 대해 '가해자·피해자 없음'으로 처리했다. 어미로서 내 아이의 졸업식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씨 주장에 따르면 그가 발언하는 내내 A 고등학교 교장은 안절부절 못하며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했고, 학교의 이사장은 이씨의 발언이 끝나기 전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씨는 "그래도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은 강당을 빠져나가지 않은 채 서 있던 그대로 멈춰 서서 나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줬으며 일부 학부모는 손뼉도 쳤다"고 덧붙였다.

딸인 고(故) 박주원 양이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이기철 씨. 이씨는 2018년 딸이 다녔던 A 고등학교의 졸업식에 상복을 입고 영정 사진을 든 채 참석했다. 사진 이기철 씨 페이스북 캡처

딸인 고(故) 박주원 양이 2015년 학교폭력을 당한 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어머니 이기철 씨. 이씨는 2018년 딸이 다녔던 A 고등학교의 졸업식에 상복을 입고 영정 사진을 든 채 참석했다. 사진 이기철 씨 페이스북 캡처

한편 이씨는 주원 양의 사망이 학교 폭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권경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 학교 법인과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가해 부모 1명이 이씨에게 5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다만 나머지 피고 33명에 대해선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패소한 가해 부모는 이씨를 상대로, 이씨는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각각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3차례 불출석하면서 지난해 11월 이씨가 패소하는 것으로 끝났다.

민사소송법은 항소심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3회 출석하지 않으면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법원은 민사소송법에 따라 이씨의 항소는 기각, 1심에서 패소했던 가해 부모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을 뒤집고 이씨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이런 사실을 지난달 31일 권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사무실을 방문한 뒤에 뒤늦게 알게 됐다.

주원 양 유족은 "권 변호사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며 대한변호사협회를 향해 "정직 수준의 징계가 아니라 다시는 법의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제명할 것"을 요구했다.

변협은 권 변호사에 대해 징계 개시 절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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