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보건의료서비스 질 제고는 한 직종만의 문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

요즘 간호법 통과를 위한 대한간호협회의 행태는 같은 보건의료인으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임상병리사 회원들은 일반인들처럼 고개를 돌리고 끝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전문화·세분화된 보건의료서비스를 위한 종사자는 간호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임상병리사는 각종 화학적 또는 생리학적 검사를 통해 임상적 의사 결정의 약 70%에 활용되는 근거기반 의학을 실행하는 핵심 인력이다.

간호사는 진료의 보조 업무로 의·화학적 검사를 할 수 없는 현행 법률에서도 지속해서 업무를 침해하고 있다. ‘의사가 요청해서 또는 병원에서 시켜서 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우리도 간호만 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간호만 하기를 원한다는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간호 현장에 있는 것이 맞나. 간호 현장에는 간호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데, 그러면 그 많은 간호 인력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살펴보면 간호사들은 간호의 현장이 아닌 다른 직역의 일터에 아주 많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간호 현장에 인력이 필요하다는데, 그 현실은 외면하고 이제는 돌봄을 강조하며 지역사회로 나가겠다고 한다. 간호만 하고 싶다는 그들이 정작 있어야 할 간호의 자리는 박차고 나서 이제는 법까지 만들어 자꾸만 다른 곳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들이 만들려는 간호법은 본인들의 권리와 만능만 주장하고 책임은 불분명한데, 이런 법으로 환자의 안전과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건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노력은 어느 한 직종만의 문제 해결로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급증하는 건강보험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작한 포괄수가제와 최근 일부 항목의 신포괄수가제는 정해진 비용에서 금액을 나눠야 하므로 더더욱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의 실행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정부기관 및 관계부처의 중심 인력의 상당수도 간호사다. 과연 서로 상생하는 공평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간호사들은 이미 강자인데 왜 자꾸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가?

환자의 안전, 의료비 절감, 국민건강 증진은 의료서비스 종사자들의 업무 환경 개선 및 전문성 강화로 가능할 것이다. 타 직역의 업무 침해를 정당화하고 면허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왜곡하는 간호법안의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임상병리사들은 전문성 훼손과 업무 침해를 정당화하는 간호법을 강력히 반대한다.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