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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월 소비자물가 5% 상승…긴축 종료 힘 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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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일리노이주 버펄로 그로브의 수퍼마켓. 3월 미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 올라 2년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버펄로 그로브의 수퍼마켓. 3월 미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 올라 2년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상승률이 5%대로 낮아진 건 18개월 만이다. 이는 또 2021년 5월 이후 2년 만에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긴축 사이클을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CPI가 지난해 3월과 비교해 5.0%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CPI 상승률(6.0%)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2021년 9월(5.4%) 이후 18개월 만에 5%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1% 올랐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전년 대비 지난달 CPI 상승률은 5%대 초반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는 5.1%를 제시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의 전망은 5.22%다. 미국 CPI는 지난해 6월에 전년 대비 9.1% 올라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후 Fed의 금리 인상으로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CPI 상승률이 하락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월 전년 대비 CPI가 둔화한 데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기저 효과도 있다. 지난해 3월 CPI가 전년 대비 8.5% 수준으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 둔화 흐름이 계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개발기구플러스(OPEC+)의 감산 계획 때문이다. 안나 웡 블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계속 오르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인플레이션 둔화)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3월에 전년 대비 5.6% 올랐다. 2월(5.5%)보다 되레 0.1%포인트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했다. 장기적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 CPI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도 여전히 견조하다. 미국에서 3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3만6000명 늘었다. 2월보다 둔화했지만, 여전히 20만 명을 웃돌고 있다. 3월 실업률(3.5%)도 완전고용 수준이다. 그럼에도 CPI가 5%대로 내려옴에 따라 ‘긴축 종료’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은 5월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인 2%에 비하면 여전히 높고, 미 고용시장도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마지막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미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은 5.0~5.25%로 전망하고 있다. Fed가 5월에 베이비스텝을 밟은 뒤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 우려로 ‘5월 정점론’이 우세해졌다.

Fed 내부에선 신호가 엇갈리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은행 위기 충격이 해소될 때까지는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물가를 확실히 낮추기 위해 할 일이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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