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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정교한 예측없이 연금정치에 의해 도입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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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연합뉴스

기초연금이 정교한 예측이나 검토 없이 연금정치를 통해 도입되고 발전해 왔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국회 연금특위 공청회에서 전문가 지적 #국민연금 많다고 기초연금 싹둑 44만명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2일 국회 연금특위 주최 기초연금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류 위원은 이날 토론자로 나서 "기초연금의 도입 및 발전이 정교한 예측이나 검토 없이 연금정치를 통해 이루어졌다"며 "고도의 압축 성장과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경험한 한국 사회의 특수성, 특히 국민연금의 느린 성숙과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고려하면 이러한 발전 경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이어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지났지만 다른 제도와의 부정합성(모순이 있다는 뜻)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향후 기초연금 등의 개혁은 충분한 논의와 미래 예측을 통해 신중히 이루어져야 하며, 그럴듯해 보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공청회 끝 무렵에다시 한번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기초연금의 경우에는 연금정치보다는 미래 예측이나 조금 더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정책이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 위원은 다만 "연금정치가 연금제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건 아니고, 지금까지 연금정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놓고 검토한 이후에 국민을 설득해 나가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연금정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위원의 지적은 2012년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공약에 따라 2014년 도입된 점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30만원 인상 공약을 했고 이게 실현됐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40만원 인상 공약을 했고,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돼 있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는 이날 공청회 발제에서 국민연금이 많다고 기초연금이 삭감되는 노인이 44만2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두 연금을 동시에 받는 사람이 2014년 132만명에서 지난해 280만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76%가 기초연금을 같이 받고 있고, 기초연금 수급자의 46%가 국민연금을 받는다.

다만 두 연금을 동시에 받으면 기초연금을 최대 50% 삭감한다(연계 감액). 2014년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국민연금이 많으면 기초연금을 삭감하도록 했다. 한 사람에게 많이 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44만여명의 기초연금 평균 삭감액은 월 7만4502원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연금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가 인상되면 세대 간 이전이 줄어들게 돼 연계 감액의 도입 취지가 흐려지기 때문에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계 감액의 재정 절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 인상은 연금개혁과 패키지로 다룰 필요가 있으며, 기초연금의 다른 개선 사항과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점진적으로 40만원으로 인상하되 소득계층별로 차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내년에 노인의 소득 하위 70%에게 35만원으로 올리고, 2025년 소득 하위 40%에게 40만원, 2026년 50만원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기초연금 대상인 소득 하위 70%에게 35만원으로 올리되 그 이후에는 소득 하위 40% 이하 빈곤 노인에게 집중하자는 뜻이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 지급 기준, 즉 '노인의 70%'를 폐지하고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의 지속적인 인상에 따라 국민연금과 정합성(모순이 없는 것),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한 점,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면 중·상위 계층의 수익비가 감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부문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보험료를 낸 만큼 받는 제도로 서서히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은 저소득층에게 더 많이 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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