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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한국 기업인의 중국관(觀) 변화가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한중관계. 사진 셔터스톡

한중관계. 사진 셔터스톡

1992년 8월 한중 수교를 하자마자 우리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과 노조의 횡포를 피하며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중국 현지 투자를 서둘렀다. 중국 지방정부의 다양한 우대 정책과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유치전략은 우리 기업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45년간 중국의 개방전략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중국산업 발전에 우리 투자기업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이후 중국은 투자를 애걸하던 과거 자세를 완전히 바꾸어 한국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하며 경제적 보복을 진행 중이다. 우리 기업인의 대(對) 중국관(觀)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한∙중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하지만, 평등과 상호존중의 선린우호 분위기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우리가 우호적인 자세를 유지하면 할수록, 중국은 한국 정부와 우리 기업을 상대로 계속해서 갈등을 유발하고 안하무인 격의 태도로 괴롭히거나 차별대우해오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중국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시급하다.

우리는 미국과 한∙미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다. 우리의 사드(THAAD) 배치, 미사일방어(MD) 참여, 칩(Chip)4 동맹 가입,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 등은 중국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중국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은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데는 중국의 내정 간섭적 행동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전(前) 정권의 대중(對中) 대응 잘못도 적지 않다. 중국에 대한 ‘3불 약속’이나 전(前) 대통령의 중국에서 혼밥, 그리고 수행 기자가 폭행당해도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한국은 작은 나라’라며 사대주의적인 처신으로 국가의 자존심조차 버린 결과다.

중국은 개혁개방과 함께 상당 수준의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등 자유주의적인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듯했으나 시진핑 정부는 ‘중국몽’이나 ‘중화민족(中華民族)의 위대한 부흥(復興)’을 외치며 중국 중심의 영토확장과 우호 세력을 확대하려는 제국주의적 경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제국주의는 해체되고 통합된 세계시장으로 향하는 신(新)자유주의 경제가 한때 유행했으나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불사 태세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이란의 핵 개발 등으로 세계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러시아·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들이 연대하여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자유 국가에 커다란 위험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이나 일본 등 기술 수준이 높은 자유주의국가가 미국에 가까워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자세를 취하며, 약한 고리에 속하는 대만이나 한국을 겁박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중국에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국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중국에서 단기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우리는 대중국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대비책을 세우고 실행하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자존심 훼손은 물론, 앞으로 더 많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우리 기업인들의 대(對)중국관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GDP의 70% 이상은 무역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나라다. 중국과는 경제적으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어 중국을 전략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중국의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가 정치·경제적으로 속국의 지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 선진국 자유주의 경제 질서는 우리 경제의 생존 기반이다. 우리가 단기적으로 수출감소나 시장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하나를 받으면 열 개의 보복을 한다는 심정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정신이 있어야, 중국의 안하무인(眼下無人) 행동을 저지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나 홍콩의 민주화 운동, 중국 내부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국은 덩치는 크지만, 강하고 날카롭게 대응하면 겁을 먹는 나라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중국에 멸시당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도 무시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하수의 전략이다.

최근 정부는 일본과 관계 회복을 위해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중국을 상대하는데 일본은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다. 현 정부의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는 우리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일본은 과거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나라이지만, 과거만 들먹이다가는 미래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한국은 선진국클럽인 OECD 회원국이며 세계 경제 10위권, 군사력 6위의 현대화된 선진국이다. 우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성공적 유치와 개최는 물론 K-POP이나 K-드라마로 대표되는 문화는 세계 최고다. 우리는 덩치만 크지 인류 보편의 가치를 외면하는 중국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진 나라다. 중국이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지 않는 한, 자유와 민주 그리고 문화적으로 한국을 따라오기 어렵다.

우리가 경제에 너무 치중해서 중국에 대해 겁먹는 자세는 금물이다. 중국이 중화사상의 복원을 시도하는 한 우리의 선택지는 명백하다. 중국과 정면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정공법이다.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주권을 포기하면, 굴종당하게 되어 있다. 한국 기업인의 대(對)중국관 변화가 시급하다.

글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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