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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월 악몽 덮쳤다…강릉 산불 '초속 30m' 태풍급 바람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확산돼 주택 화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확산돼 주택 화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 현장 초속 30m 돌풍에 진화 난항 

11일 강원 강릉에서 난 산불은 순간풍속 30m/s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확산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불이 난 강릉 지역을 포함해 양양·고성·속초·강원 북부에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21m/s 이상 순간풍속 26m/s 이상 예상될 때 발령한다. 산지는 24m/s 이상, 순간풍속 30m/s 이상으로 기준이 다소 높다. 지난 5일 강릉에 15㎜ 내외 비가 내렸지만, 강원 영동 지역은 건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산림이 마른 상태다.

강원 강릉·고성 등 동해안 일대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양강지풍(襄江之風)’,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불리는 바람이다. 이 바람은 봄철 ‘남고북저’ 기압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발생한다. 양양과 강릉,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을 말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4~5월 부는 ‘양강지풍’ 대형산불 확산 

양강지풍은 1751년(영조 27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저술한 『택리지』에 처음 등장했다. 양간지풍은 1633년 이식의 『수성지』에 ‘통고지설(通高之雪)’과 함께 등장해 북강원도 통천과 고성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양양과 간성에는 바람이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4~5월 양강지풍이 부는 날이면 강릉지역 주민은 늘 긴장 상태다. 강원도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양강지풍이 거세지는 4월과 5월 주로 발생했다. 1996년 4월 23일에 발생한 고성군 죽왕면 마좌리 산불은 사흘간 산림 3762㏊를 태웠다. 2000년 4월 7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강릉과 동해·삼척·고성 4개 시·군 산림 2만3138㏊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불은 8박 9일 동안 산림을 태우고 꺼졌다. 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주택 390동 등 총 건축물 808동이 불에 타면서 이재민 850명이 발생하는 등 피해액만 1072억원이 넘었다. 강원도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로 기록됐다.

11일 8시 30분쯤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산림청

11일 8시 30분쯤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산림청

2000년 동해안 산불도 양강지풍 지목 

또 2005년 4월엔 양양에서 두 차례나 대형 산불이 발생해 973㏊와 168㏊의 산림이 소실됐다. 그해 4월 4일부터 3일간 이어진 불은 산림 973㏊ 태웠다. 또 낙산사 등 문화재를 비롯해 건물 252동이 불에 타면서 지역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 지역엔 초속 27m의 강풍이 불었다.

2019년 4월 발생한 고성·속초 산불은 양간지풍이 피해를 키웠다. 또 같은 날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 역시 양강지풍이 산불을 키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시 고성과 속초지역에서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미시령 초속 35.6m, 양양공항 초속 29.5m, 설악산 초속 28.7m, 속초 설악동 초속 25.8m, 강릉 연곡 초속 25.2m 등이다. 이 불로 이틀 동안 산림 1227㏊와 건축물 879동이 불에 탔다. 2명이 숨지고 113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피해액만 752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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