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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먼저 알아봤다…‘중소돌’ 피프티 피프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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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큐피드’로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에 진입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진 어트랙트]

‘큐피드’로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에 진입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진 어트랙트]

데뷔 5개월이 채 안 된 중소기획사의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역대 K팝 그룹 중 가장 빨리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 2월 발매한 첫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의 타이틀곡 ‘큐피드(Cupid)’로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를 수놓고 있다.

‘큐피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업데이트된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서 94위를 기록했다. 100위로 처음 진입한 지 일주일 만이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가 빌보드 차트에 등장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5일. 빌보드 핫100에 오른 K팝 그룹(원더걸스·트와이스·블랙핑크·방탄소년단·뉴진스) 중 가장 빠르다. 영국 오피셜 차트가 지난 7일 발표한 싱글 차트 톱100에서 ‘큐피드’는 61위다. 첫 진입 순위 96위에서 한 주 만에 35계단 올랐다. 이 차트에 진입한 K팝 걸그룹은 블랙핑크·뉴진스에 이어 이들이 세 번째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이 중소 기획사 소속이란 점이다. 소속사 어트랙트는 2021년 6월 설립했고, 아이돌 그룹 제작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사의 막대한 투자와 프로모션 없다 보니 ‘큐피드’가 국내 차트에서는 100위권 밖(멜론 최고 순위 103위)이다.

해외에서 어떻게 먼저 알아봤을까. 틱톡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에서 노래가 유행한 게 결정적이었다. 틱톡에서는 원곡을 2배 속도로 재생한 버전이 배경음악(BGM)으로 자주 사용된다. ‘큐피드’가 그런 과정으로 떴다. 10일 기준 ‘큐피드’ 2배속 버전을 BGM으로 사용한 틱톡 게시물은 220만개, ‘#큐피드챌린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1억 220만개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바이럴 송’ 차트에서 ‘큐피드’는 지난달 20일 이후 쭉 1위다.

소셜미디어 덕을 본 것도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과 멤버들의 탄탄한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컬(시오, 아란)과 랩(새나, 키나) 담당 멤버 모두 실력과 개성 뚜렷한 음색을 지녔다. 지난해 데뷔 앨범 발매 때부터 업계에서는 입소문이 돌았고, 미국 그래미도 올 초 ‘2023년 주목할 K팝 신인 걸그룹 10개 팀’ 중 하나로 꼽았다.

강렬한 비트의 기존 K팝과 달리, ‘이지 리스닝’ 색깔을 추구한 게 주효했다. 데뷔 타이틀 ‘하이어(Higher)’와 ‘큐피드’ 모두 편안한 리듬과 레트로풍 선율의 곡이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기존 K팝 그룹의 인기 양상과 완전히 다르다”며 “이들의 음악은 고전적인 팝송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K팝의 성취’라기보다 ‘좋은 팝송이 해외 차트에 안착한 사례’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K팝스러움’을 탈피한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새로운 갈래로 부상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최근 K팝에서는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세련된 음악으로 세계를 공략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며 “하나의 대안으로 비슷한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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